조금은 힘든 우리의 삶에 던지는 한 마디 '잘돼가? 무엇이든'
조금은 힘든 우리의 삶에 던지는 한 마디 '잘돼가? 무엇이든'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7.29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리뷰] '미쓰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의 첫 에세이집

YES24 제공.
YES24 제공.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04년, 이경미 감독은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수많은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2008년 장편데뷔작 <미쓰 홍당무>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후 쉬고 싶다, 놀고 싶다 생각한 것이 무려 7년을 쉬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에세이집 <잘돼가? 무엇이든>은 여자로써의 이경미와 영화감독 그리고 작가로써로의 이경미의 삶에 대해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이경미 감독의 호칭을 작가로 바꾸기로 하겠다.) 여느 에세이 작가들처럼 이경미 작가 역시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그녀 역시 우울과 비관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 우울과 비관을 유머로 승화시킬 줄 안다는 점이다. 과거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읽었을 때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인상적이었으나 지나친 우울과 이를 통해 ‘보통의 존재’에 대해 말하나 결론적으로 ‘나는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잘돼가? 무엇이든>은 삶은 비록 괴롭고 우울하며 피곤해 보여도 그런 감성을 독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이는 작가의 지나치게 솔직한 태도가 작품의 방향성을 제멋대로 유머러스하게 조종하는 힘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다. 앞서 작가는 8년 전 이 책에 대한 제의를 받았고 혼잣말도 책이 될 수 있다며 믿고 기다려 준 팀장 덕분에 책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보다 보면 (역시 작가라는 측면에서) 이야기의 주제를 정해 파트로 묶는 능력은 있지만 중간 중간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진행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대놓고 ‘나의 특별함을 과신하겠어!’ 또는 ‘내 감정을 독자들이 이해하게 서술하겠어!’라는 욕심이 보이지 않아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먼저 작가로써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역시나 글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이경미 감독 정도면 성공한 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미쓰 홍당무>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비밀은 없다>가 흥행 실패에도 불구 <씨네21> 평론가들의 ‘살려야 한다!’ 운동 덕분에 재개봉에 성공했다. 거기에 박찬욱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써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평가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부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린 비정규직이야. 우리는 밤새 놀고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어. 어디 놀러가고 싶으면 일 안 하고 놀러가도 돼.’라는 문구는 ‘이거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음은 여성으로써의 이경미 작가다. 그녀는 한 집안의 딸이자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성우로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비관이나 불평이 섞인 어조보다는 독특하고 웃긴 사연과 대화를 풀어낸다. 특히 아버지가 ‘난 널 잘 모르겠다’며 섭섭한 말을 한 뒤 ‘내가 그랬다고?’라고 말하는 부분, 그 뒤 작가가 ‘하, 나도 취할 걸 그랬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머니는 여느 아줌마들처럼 주변의 말에 솔깃하고 잘 넘어가는 성격이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지극정성인 분이다. 작가가 글에 담은 어머니와의 문자 내용이나 손목이 아파 민간요법 치료를 받은 이야기를 보면 자식 사랑이 돋보인다.
  
또 남자친구(이제는 남편이 된) 피어스 콘란, 한국이름 필수 씨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원래 백인 남성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다고 한다. ‘윤금이 피살 사건’과 ‘이태원 살인 사건’ 때문에 백인포비아를 지녔다고 고백하는데 그래서 필수 씨와의 연애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함께 하면서 좋아졌다가 그가 잠시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다시 공포증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고. 작가는 본인의 최고 흥행이 영화가 아닌 결혼식이 되어버린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소리니 300만 관객이 외면하면 어떠나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을 얻었는데 라고 작가는 말한다.
  
<잘돼가? 무엇이든>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영화감독, 각본가, 작가 모두 큰 뜻이 있고 원대한 꿈을 품었다고 보기 보다는 살다 보니 이뤄졌다는 표현이 더 맞게 느껴진다. 살다 보면 잘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면 가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가정적으로 안정은 이루었는데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나 사랑을 품었다 실패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나 잘 되어가는 일이 있다면 또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살아가는데 동력은 충분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의 시대, 이런 시대에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