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인이 그려내는 AV 그리고 가정 '최저'[BIFAN]
세 여인이 그려내는 AV 그리고 가정 '최저'[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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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상영작] '64', '고독사' 제제 타카히사 감독 작품 / 인기 AV 배우 사쿠라 마나 소설 원작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한때 업계 최고라 불렸던 일본 AV 배우 나오 오이카와는 실제로는 자위도 잘 하지 않는 조신한 성격이라고 한다. 당시 업계 스탭들은 그녀에 대해 그저 직업이 AV 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 AV에 대한 인식 역시 대한민국과 다를 바가 없다. 2012AV 배우로 데뷔해 현재까지 활동 중인 사쿠라 마나는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최저>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이 최저인 것에 대해 그녀는 AV일을 하면서 이 직업이 최저라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한다. 핑크 무비로 데뷔, 한때 핑크 4대 천왕이라고 불렸던 제제 타카히사 감독은 4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중 세 편을 묶어 하나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가 고른 세 편은 공통적으로 가정 내의 여성이 AV 배우가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딸이, 엄마가, 아내가 AV 배우라면(또는 였다면) 그 가정의 충격은 어떨까. 몇몇 이들이 착각하는 일본에 대한 환상-일본은 성적으로 개방된 국가라 AV에 큰 거부감이 없다는 건 오해다. 신체는 인간 존엄과 연결된다. 전 국민 앞에서 섹스를 하는 걸 보여주는 AV는 은밀하게 행해지는 자위행위처럼 음지에 존재하는 직업이다. 왜 작품 속 세 여인은 AV 촬영을 결정한 것일까. 왜 제제 타카히사 감독은 따로 떨어진 세 개의 이야기를 가정이라는 키워드로 하나로 묶은 걸까.

 

세 여인은 공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결핍된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을 못 받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녀들이 받아들이는 사랑이 특정 부분에서 결핍되어 있다는 소리다. 먼저 아야노의 경우를 보자. 아야노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의해 AV를 촬영하게 된다. 그녀는 남에게 호감을 살 만큼 아름다운 외모에 짓궂은 농담도 받아주는 시원한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 대한 자신이 없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못생긴 손가락은 아빠를 닮았다며 자신이 가족들 중 가장 못생겼다 말한다. 그녀는 알게 모르게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이 외톨이라 생각하며 자라왔다. 딸의 AV 촬영 사실을 알고 찾아온 어머니는 너는 어린 시절부터 웃지 않아 속내를 몰랐던 아이라 말한다. 아야노가 웃지 않았던 건 웃을 일이 없어서-가족과의 친밀함과 자신에 대한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다.

 

아야노가 가정 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미호는 남편에게 성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괴로움을 느낀다. 미호에게 있어 아이는 중요한 존재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기를 원한다. 미호의 언니는 미호가 한 번도 부모님 속을 썩인 적 없이 착실하게 살아왔다 말한다. 이런 착실함은 거꾸로 본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탈선을 반복하는 이는 한 번의 착실함만으로 칭찬 받을 수 있지만 항상 착실했던 사람은 한 번이라도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면 본인 스스로가 자괴감에 빠진다. 결혼을 하면 그 다음에 아이를 가지는 게 과정이다. 헌데 남편은 아이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이유가 성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편이 AV를 보며 자위를 하기 때문이다.

아야코와 아야코 어머니의 이야기는 왜 이들의 이야기는 아야코가 어린 시절부터 진행되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야코 어머니는 과거 AV 배우였고 임신을 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등학생이 된 아야코는 어머니가 AV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아야코가 충돌을 겪는 인물은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남학생이다. 아야코가 어린 시절, 할머니는 옛날 사진을 보여주며 아야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없었음을 알려준다. 당시 후견인은 있었으나 부성애를 줄 만한 존재가 아야코 어머니에게는 없었다. 미호와 아야코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미호 아버지의 숨겨둔 애인이 아야코 어머니라는 점은 아야코 어머니가 부성애에 대한 갈증을 그를 통해 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딸 아야코는 어머니에게 상실감을 주었던 두 대상을 증오한다. 첫 번째는 남성이다. 남성은 AV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대상이자 그녀의 삶에 어떠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던 존재다. 그래서 아야코는 남성을 성적으로 인식하는 삐뚤어진 사고를 지니게 된다. 이런 사고는 할머니를 향한다. 할머니는 여성성을 잃고 일을(이분법적인 사고로 생각하면 돈을 버는 일은 남성의 영역-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일은 여성의 영역으로 영화는 규정지은 것 같다.)하며 살았기에 남성에게 사랑 받으며 살아가는 딸을 질투했다고 말이다. 아야코의 이런 잘못된 인식은 그녀 역시도 부성애를 받지 못한, 그 상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몇몇 관객들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니, 그럼 AV에 출연하는 여자들은 모두 가정에서 결핍을 겪는 여성들이라는 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남성이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모두 알 수 없듯, 여성이 남성의 고충과 인내를 모두 알 수 없듯, AV라는 세계에 대해, 그리고 이 세계에서 AV 배우들이 겪는 감정에 대해 우리는 함부로 답을 내릴 수 없다. 이는 직접 AV 촬영을 해 본 제제 타카히사 감독(그는 2편 정도 AV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과 그의 각색에 만족을 표한 사쿠라 마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쿠라 마나 역시 누군가의 딸로써 살아가며 AV에 출연했다. 그 감정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AV는 단순한 직업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매장 받아 마땅한 일인가 라는 질문은 이 영화에서 잠시 접어두었으면 한다. 그 질문에 답을 주기에는 제제 타카히사 감독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쿠라 마나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AV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가정의 결핍,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가정의 사랑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와도 가족은 다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감독은 미호와 아야코를 만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AV 때문에 상처를 입었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자매와 같은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점,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누군가와의 공감을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재미있는 작품을 생각하고 간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 제제 타카히사 감독의 스타일 자체가 영화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64><고독사> 같은 좋은 원작을 지닌 작품들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상당히 지루했다. 그는 노른자를 살리기 위해 흰자를 포기하는 감독이다. 핵심적인 내용을 위해서라면 전개 따윈 아웃 오브 안중이다. 다만 핑크 무비 출신 감독답게 여성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살리는 카메라의 각도, 얼굴의 미를 살리기 위한 조명의 효과 등 미적인 측면에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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