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수녀원에서 펼쳐지는 광기의 공포 '세인트 아가타' [BIFAN]
외딴 수녀원에서 펼쳐지는 광기의 공포 '세인트 아가타' [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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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상영작] / '쏘우' 시리즈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 작품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제임스 완이 던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는 <쏘우> 시리즈 2탄부터 4탄까지 감독을 맡으면서 시리즈의 정착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 시기 그가 보여주었던 연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주어진 공간을 배경으로 독창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을 괴롭힌다는 점이다. 탈출구라고는 없어 보이는 잔인하고 독한 살인게임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통이 막히는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세인트 아가타>는 이런 대런 린 보우즈만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열광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인트 아가타>는 수녀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전개를 택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회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발달로 돈의 가치가 인간의 위에 서고 복지의 개념이 약해 돈을 벌지 못하면 말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굶어죽는 시기였다. 동시에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해 순결을 강조하고 종교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강요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이들이 성당의 신부, 교회의 목사들이었다. 주인공 메리는 이런 시대상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이 폭력 때문에 어머니는 혼자 집을 떠났다. 메리는 남자친구와 집에서 정사 중 동생이 욕조에서 떨어져 죽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임신을 한 그녀는 집을 나서고 남자친구와 살림을 차리나 전에 속여 먹은 남자가 찾아와 돈을 갈취해 가면서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남자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던 메리는 권유를 받아 산 속의 수녀원을 향한다.

 

메리는 복지가 부족했던 시대의 인물이기에 사회의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 보호가 없다는 건 악인들에게 잡아먹히기 쉽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당시 카톨릭 수녀원들은 엄격한 규율과 가혹한 체벌로 문제가 되었다. 종교가 지배하는 시기였기에 이들의 이런 행동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작품 속 수녀원의 가혹행위는 이런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행위처럼 여겨진다. 그러하기에 가면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수녀들의 가혹행위에 당황하게 된다. 어느 정도 을 지킬 것이라 여겼던 영화가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덤프트럭처럼 자기 무게는 생각 안 하고 엄청난 속도로 들이박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공포와 잔혹함은 기존의 수녀원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들보다 강도가 더 강하다.

감독은 <쏘우> 시리즈에서 그러했듯 숲 속의 수녀원에 임신한 여성들을 가두고잔혹한 게임을 실행한다. 여성들은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규칙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수녀원의 규칙에 반항하는 여성들은 내보내 줄 수 있다는 회유에서 벗어나 고문이라는 강압의 늪에 빠지게 된다. 원장수녀는 임신한 여성들을 향해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거 같지만 그 이면에는 아기들을 통해 돈을 벌어먹겠다는 잔악한 술수가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원장은 여성들을 죽이지 않는 선에서 괴롭히고 학대한다. 자본에 빠진 성령의 자식들은 교리라는 갑옷을 입고 규칙이라는 칼을 휘두른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면 단연 혀를 자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앞서 말했던 영화의 잔혹함이 선을 넘는 지점이다.

 

독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충격이 필요하다. 메리가 관에 감금당하는 장면이나 덫에 팔이 찍히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절단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한다. 감독은 사라의 혀가 절단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후에도 이 정도의 잔혹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경고, 이 영화는 제대로 힘이 들어간 영화니 긴장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쏘우> 시리즈에서 온갖 잔혹한 살인방법을 보여주었던 감독이기에 관객의 긴장은 배가 된다. 이 긴장을 더 효과적으로 가져온 장치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의 오컬트 명작 영화 <악마의 씨>가 인트로에서 선보였던 노래와 유사한 느낌의 음악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순간적인 광음을 통해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도 효과적이지만 분위기를 일관되어 유지시킴으로 관객들이 일정한 강도의 공포에 익숙해지면 이후 장면을 통해 공포감을 끌어올리는 이 영화의 연출은 영리하다고 할 수 있다. 난장판을 벌이면서 관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기 보다는 꽉 막힌 공간에 가둔 뒤 이성이라는 천막 아래에서 광기를 펼치는 <세인트 아가타><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긴장감과 <쏘우> 시리즈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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