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을 포기한 타임 슬립의 한계 '비밀의 가족' [BIFAN]
개연성을 포기한 타임 슬립의 한계 '비밀의 가족' [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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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상영작] 영화 '비밀의 가족'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최근 영화계의 추세 중 하나가 타임 슬립이다. 타임 슬립의 장점은 시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좀 더 폭 넓은 이야기의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이런 장점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하는 실수가 있다. 타임 슬립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시간 속에 무언가를 숨겨두었거나 모든 시간이 하나로 합쳐질 때 우연이라 여겼던 지점들이 운명으로 변환되는 개연성이다. <비밀의 가족>은 타임 슬립을 통해 구조를 만들었으나 이에 대한 개연성은 부족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타임 슬립을 딱 전개의 용도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묘묘가 성폭행을 당한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는 하루가 반복되는 걸 주된 이야기로 삼고 있다. 연출이 스릴러에 가깝다는 점에서 반복과 차이를 보이는 하루하루 사이의 단서들이 하나로 엮이는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과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었던 작품이 레스티 첸 감독의 <대최면술사>이다. <대최면술사>는 두 최면술사의 대결을 보여주는 공포, 스릴러 영화처럼 구조를 짰으나 반전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밀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이 의미하듯 묘묘의 하루하루에는 가족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 비밀들은 하나로 합쳐져 왜 묘묘가 가족들에게 입을 다물었는지, 왜 그녀가 과할 정도로 가족들에게 적대감을 품는지 보여주며 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단서도 던져 준다. 성폭행의 아픔과 상처를 자신과의 싸움인 달리기로 표현한 점, 확실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단서들을 통해 명확한 스토리를 관객들이 예측할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 정서적인 측면에서 아픔과 고통, 그리고 사랑을 허투루 흘리지 않았다는 점은 영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돋보이는 지점들을 아쉽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바로 타임 슬립 전개가 주는 재미다.

비슷한 중화권 영화들을 예로 들어보자. 앞서 언급했던 <대최면술사>의 경우 두 최면술사의 대결을 스릴 있으면서 공포를 곁들어 표현했다. 반전으로 유명한 <침묵의 목격자> 역시 반전 이전 법정 싸움이 상당한 재미를 주었다. 반면 <비밀의 가족>의 타임 슬립 전개는 장면 하나하나가 가지는 개연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 관객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이 개연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긴 하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 단점으로 인해 재미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감추려면 흥미를 주면서 감춰야지 어설프고 답답하게 감추기만 하다는 말도 하기 전에 떠나가기 마련이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빈 공간을 이어나가는 전개 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완벽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져 떠오르지 않는다. 섬처럼 떨어져 있는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작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연성이 약하다는 건 이 다리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묘묘가 겪는 기묘한 하루하루의 구상에 있어 개연성이 어느 정도는 갖추어졌어야 더 관객들이 즐길 만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타임 슬립을 가져왔으면 이를 통한 재미를 주어야 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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