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드림팀이 선보이는 날카롭지 못한 풍자 '서버비콘'
환상의 드림팀이 선보이는 날카롭지 못한 풍자 '서버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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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감독, 코엔 형제 각본 /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 주연 / 7월 12일 개봉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1950년대 뉴욕 레빗타운(조립식 주택단지)에 입주한 마이어스 가족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철저히 외면과 멸시를 당했다고 한다. 마이어스 가족의 거주 금지를 위해 시청에 탄원서를 내고 한밤중에 찬송가를 부르는 등 이들을 쫓아내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열성이었다. 1950년대 사건을 보고 감독 조지 클루니는 현재의 미국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다른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이 이룩한 혹은 이루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망가뜨릴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 욕구는 평안이 될 수 있고 집값이 될 수도 있으며 공동체의 완성이 될 수도 있다. <서버비콘>은 실화인 마이어스 가족의 이야기를 삽입하면서 불안한 미국 중산층 가정을 조명한다.

먼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인 서버비콘을 살펴보자. 1950년대를 앞두고 만들어진 이 마을은 처음에는 조그마한 집 몇 채에 불과했으나 이후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이룬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흑인이 이주오자 긴급 주민회의를 연다. 집 주변에 거대한 울타리를 치기로 결정 났으나 마을 사람들은 흑인 가족을 추방시키길 원한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던 마이어스 가족 사건처럼 격렬하게 집 앞으로 찾아가 항의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룬 공동체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 욕망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화목해만 보이는 이곳은 철저하게 주민들의 욕망에 의해 완성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이웃집의 가드너는 이런 서버비콘에 잘 어울리는 남자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서버비콘의 모습처럼 가드너는 단란한 가정과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화목했던 가정에 도둑이 들고 그들은 포름 알데히드로 가족들을 기절시킨다. 헌데 아내 로즈가 몸에 이상을 일으켜 죽고 만 것이다. 아들 닉키는 이에 충격을 받고 처제 마가렛은 그를 위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드너와 마가렛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고 그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로즈를 청부살인한 것이었다. ‘거짓된 평화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집단이나 사회지만 그 이면에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또는 상류계층을 위한 하류계층의 희생이 이뤄진다. 균열 없는 집단의 화합에는 암묵적인 희생이 숨어 있다. 가드너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은 백인들의 욕망에 의해 희생된 인디언과 흑인들로 인해 이뤄진 미국의 역사를 상징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각본가로의 역량을 보여주었던 조지 클루니와 코엔 형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으나 작품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순간적인 섬뜩함과 시니컬한 잔혹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스토리적인 재미가 이뤄지는데 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알렉산더 페인의 초기작 <시티즌 루스>처럼 사건은 벌리는데 빠져들게 하는 맛이 없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솜씨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잘 해야 재미가 있다. <서버비콘>은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비슷한 구도로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다. 이런 작품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비밀을 숨겨놓고 하나씩 실체를 밝혀 관객들을 호기심의 세계로 이끈다. 헌데 이 영화는 가드너의 살인 사실을 너무 빨리 풀어놓고 청부살인이라는 카드도 바로 보여준다.

카드를 다 꺼냈으면 새로운 카드라도 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게임을 엄청 잘 이끌어가는 것도 아니다. 능력이 부족한데 가진 것도 빨리 내놓았으니 남는 건 어설픈 이야기의 전개를 그래도 뭐라도 있겠지라며 보는 게 전부다. 라면에 비유하자면 건더기도 많고 면도 쫄깃하고 국물도 진한 라면인데 막상 맛을 보니 섞이지 않아 하나의 라면이 되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이는 코엔 형제가 가끔 범하는 실수인 이야기 거리는 많은데 제대로 된 구조를 잡지 못해서 흐름에 따라 흥미롭게 배치하지 못하는 단점이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조지 클루니가 소재를 살려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는 감독도 아니니 이런 아쉬운 작품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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