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51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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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있었어요?

 

거짓말을 했다.

 

-아니, 네가 처음이야.

 

언제나 그랬던 거처럼.

 

-좋아해요. 너무 많이. 영원히 함께이고 싶어요.

 

같은 생각이다.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다. 불안과 혼란, 과거로 인한 절단과 좌절을 더 이상 경험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 돌아가면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차 선생님, 양다예, 박민주 작가, 그리고 김동수의 공범.

 

-역시 스마트맨. 그쵸그쵸~ 내가 만화 속 악당도 아니고 신처럼 모든 일을 알 수 없지. 맞아, 조력자가 있었어. but 그 정체는 비밀~ 그 친구는 선의로 그런 건데 네가 연정을 할 것도 아니고 보나마나 때릴 거잖아. 그러니까 안 알려 줄꼬얌.

 

준아 형이 그랬지. 운동을 빡세게 한 이유가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있으면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 그렇다고. 한 대 쳐주고 싶지만 함부로 치지 못하는 기분이 얼마나 개 같은지 다들 이해할 것이다. 허들을 넘듯 하나하나 넘어가야 되는데 리듬감을 지키지 못하게 높이가 변한다. 몇 달 사이에 살이 쏙 빠졌다. 근육은 물론 뼈까지 쑤시는 밤이 지속되고 있다. 집에서도 편히 쉬기 힘들다. 언 미친 유령 꼬맹이가 거실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상태가 오래 지속되어서 그런지 하품을 내뱉는 법도 까먹었다.

 

-어이, 돌아가. 여기부터는 길 없어.

 

준아 형한테서 연락이 왔다. SB 미디어 사건. 방송계에 괴담처럼 전해진 그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소속사는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 당시 대형기획사들과 손을 잡고 범인을 색출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사건의 역사는 무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부독재의 막바지이자 조폭들이 연예인들을 끼고 관리했던 시절 광대 분장을 하고 여자 연예인을 강간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강간 후 온몸에 하얀 페인트를 뿌리고 빨간 유성팬으로 입술과 코를 칠해놔 피의 광대들이라 불렸던 무리.

 

-피의 광대들? 우린 몰라, 그런 녀석들.

-그나저나 당신 누구지? 이런 쪽에서 일할 녀석으로 보이진 않는데.

 

장 대표는 장한솔 회장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도 연예기획사를 생각했는데 당시 뽑아놨던 신인들이 강간 후 모두 입이 찢겨져 시작도 못해봤다고. 이에 분개해 앞장 서 기획사 대표들과 협력했고 조직원들을 풀었다. 엄청난 정보 앞에 그 무리들은 결국 붙잡혔다고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그때 12명의 광대들은 장 회장의 별장 지하로 끌려갔다. 말 그대로 맞아 죽었단다. 조폭들이, 기획사 식구들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차례로 그들을 때리고 또 때렸다고 한다. 온갖 흉기가 난무했고 고문이 자행되었다. 장 회장은 의사를 두고 수혈을 하면서 한 달 동안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고통 속에서 그저 아픔만 느끼다 죽어가라고.

 

-그래, 스너프 영상을 여기서 사는 건 맞아. 하지만 사이트 관리는 우리 몫은 아니야. 우리야 모르지. 그냥 돈을 주고 사기만 할뿐이니까. 영상을 USB에 담아오면 여기서 보고 바로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이지. 한국인? 글쎄, 잘 모르겠어. 정확하게 뭐가 궁금한 건데?

 

준아 형은 피의 광대들은 총 13명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찍어 올린 영상들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일인은 찾지 못했고 끝이라 여겼다. 하지만 깊은 어둠에 숨은 녀석은 몰래몰래 사건을 저지르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 피해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정도라는 거, 소형 매니지먼트사만 노린다는 점 때문에 다들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예전에는 둘이 같이 다녔지. 한 사람은 중국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알았어. 다른 한 사람은 말수가 적었고. 여기도 한 번 뒤집힌 적이 있지. 왜 그런 거 있잖아. 정권 차원에서 쇼하는 거. 그때 직원들이 많이 잡혀가고 죽었어. 다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나중에는 말수가 적은 사람만 왔는데 이후로 가져온 영상들은 좀 심심하더라고. 우리가 거래하는 금액을 계속 줄이니까 자기도 기분이 상했었나 봐. 너희랑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한 게 마지막이었지, 아마.

 

형은 인터넷에 영상이 올라왔던 중국 스너프 사이트의 유통책 주소를 알려주었다. 국악을 하는 조선족 친구인데 그 집 양꼬치 30만원 어치 팔아주고 받은 정보라고 어찌나 생색을 내던지. 이놈들은 내가 배우 김진석이라는 걸 알고 태도가 공손해졌다. 무섭기 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였을 것이다. 괜히 유명인을 건드려봐야 좋을 건 없으니까. 어둠을 좋아하는 못생긴 심해어에게는 수면 위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혹시 그 영상을 볼 수 있을까?

-미안한데 영상은 본사에서만 볼 수 있어. 본사까지 널 데려가기는 우리가 부담스럽고. 이점은 이해해 달라고. 그런데 형사도 아니면서 왜 우리를 취조하는 거야? 아는 사람이 당하기라도 했어?

-뭐 비슷한 경우지. 아무거나 좋으니까 그와 나눴던 대화 내용 중 기억나는 거 없어? 진짜 아무거나 괜찮아.

-그 사람은 중국말을 할 줄 몰랐어. 혼자 한국말로 씨부리곤 했지. 몇 마디 할 줄 아는 말도 성조를 전혀 지키지 않은 엉터리였고 말이야. 영상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진짜 별 거 없었어. 여자 얼굴을 광대로 분장시키거나 강간 후 입을 찢어버리는 영상이 대부분이었지. 혼자 찍어서 그런지 앵글이 엉망진창이라 보기 힘든 것도 많았고 말이야. , 그러고 보니 콘돔을 이용한 영상, 그건 좀 독특했어. 정액이 담긴 콘돔을 엮어서 줄처럼 만든 뒤 여자 목을 거기 매달아 살해한 영상이었는데 과정을 하나하나 찍어서 편집했더라고.

 

사형대, 사형대, 사형대와 콘돔, 사형대가 멈추면 광대가.......

 

-혹시 그 영상에서도 광대 분장을 하고 있었나?

-맞아. 광대 분장을 하고 의자에 올라가 괴로워하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어. 징그럽게 웃으면서 말이야.

-그 여자, 혹시 누구였는지 모르지?

-그런 것까지 우리가 알긴 힘들어. 어찌되었건 우린 장사꾼이니 딱히 상품의 완성 과정에는 큰 관심이 없지. 상품 상태만 신경 쓰면 되니 말이야. 근데 그 영상 속 여자, 중국 여자 같았어. 한국어랑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말했는데 한국말이 어설펐거든.

 

광대 놈은 아침 해가 다 떠오를 시간에 숙소에 쳐들어 왔다. 녀석은 콘돔과 핸드폰, 커터 칼, 그리고 숙소 방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영상을 찍어 올렸다. 발코니에서 광대 가면을 쓰고 머리를 흔드는. 그는 13명의 무리에 속해 있었지만 혼자서는 무리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래, 못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할 때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인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여기 올 때 혼자 왔다는 점, 거래에 있어 협박이나 회유보다는 낮게 측정된 돈만 받아갔다는 점에서 리더 격인 존재였다기보다는 끄나풀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와서 영상을 파는 일을 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 사람이 그랬어요. 너희의 웃음에 전염된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한 지 생각해 본 적 있느냐고요.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건 주소지가 파악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그 엄청난 정보망으로도 알아내지 못한 정체, 얼굴을 가린 광대 가면, 웃음의 전염. 웃음이 없는 사람. 웃는 사람들을 보며 불쌍하다 여기는, 웃음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는, 웃음을 보며 분노를 느끼는 사람.........

 

-혹시 그 영상들 처음이 어떻게 시작하는지 기억하나? 광대가 머리를 흔드는 영상 아냐?

-맞아. 계속 머리를 흔들며 쳐 웃다 정색하지. 얼마나 소름 돋던지.

 

녀석은 또 올 것이다. 그건 시작을 의미한다. 그날 끝내지 못한 사형대의 시작을. 그리고 그 대상은 치엔이가 될 것이다. 녀석은 한국에 진출한 중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판매 루트를 개발한 것이 분명하다. 핸드폰이 울린다. 강아람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거 오빠 꺼 이번 화 쪽대본이에요. 오빠 안 왔다고 해서 가져가려고 하는 거 제가 찍었어요.’

 

박 작가, 이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이딴 짓을 해봐야 본인에게 좋을 게 뭐란 말이야! 기억 속 존재하지 않는 여자가 누구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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