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7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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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그러니까 재수사를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아버님은 억울하지 않으세요? 그야, 저희 경찰의 잘못도 있지만 그 부분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이번에 제대로 재수사할 테니까.......

 

또 끊어졌다. 제길, 이 사건은 역시 무리인가.

 

얼마 전 서장실에 갔다. 서장님은 위에 연락이 왔다며 큰 이슈를 하나 만들라고 말했다. 정치권 뉴스를 싹 다 덮어버릴 만큼 큰 사건을 말이다. 국정원 놈들이 또 간첩조작 하다 걸려서 그쪽은 손을 못 쓰니 우리보고 하란다. 연예인 마약 사건? 미안한데 확보된 명단 중 탑급이 없어. 수원 연쇄 강간사건은 어떨까요? 그거 얼마 전에 기사 나갔잖아. 그리고 우리 무능함만 부각될 뿐이야. 실종아동 사건을 조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적 문제는 이슈화 시키지 마. 다 정권으로 향한다는 거 몰라? 선배들의 진부한 대답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고 서장님은 우리를 보고 혀를 찼다.

 

-미개한 새끼들. 어찌된 게 하나 같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질 않냐? , 현재훈이, 네가 한 번 생각해 봐라.

 

머릿속이 멍했다. 갑자기 암흑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난 번 사건 때 큰 실수를 해서 고향으로 내려가 쉬기까지 했는데 또 눈에 거슬리는 언동을 했다간 끝장날 거 같았다. 그때 머릿속에 모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말마다 해맑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던 모세. 출근길이나 당직 때면 유튜브로 하루 종일 보곤 했던 모세가 말이다. 그 모세가 죽었고 사건은 정년을 앞둔 형사의 강요로 대충 처리됐다. 아이 아버지가 좋게 넘어가서 끝난 거지, 아니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서장님도 모세를 좋아했다.

 

-모세 사건을 재수사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의문도 많은 사건이고 말입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재수사는 동료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전에 미결사건 재수사반이 창설되었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했다. 여범 선배는 정색을 하더니 입모양으로 병신이라 말했다. 서장님은 코를 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괜찮네, 좋아. 그 사건이 고영근이 담당이었나? 그 새끼 전에도 대충 무마하려다 5번인가 징계 받았지? 재수사 하고 문제되는 게 있으면 다 그 새끼 때문이라고 언론에 뿌려.

 

문제는 모세의 아버지 김원중씨의 태도가 완강하다는 점이다. 재수사를 시작하려면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유족이 원하지도 않는데 재수사를 한다? 뭔가 노림수가 있다 생각할 것이다.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기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가? 귀찮은 게 싫은 거야? 나 같으면 1%의 의심만 있어도 달려들 텐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정상 아닌가. 여범 선배는 또 옆에 와서 시비다.

 

-네가 그렇지, . 어떻게 형사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의문이야. 지원 미달만 아니었어도 너 같은 건 교통과로 보내버렸어, 새끼야. 진짜 이렇게 무능한 것도 능력이다, 능력.

 

그럼 선배님이 하시던가요. 옆에서 훈수나 두는 꼰대는 질색이다. , 얼굴에 저 여드름하곤. 저러니까 별명이 여범이지, 여범. 여드름 범벅. 모세 사건 당시 커뮤니티에 퍼진 소문이 하나 있었다. ‘김진석이 죽였다사건 당시 화장실에 있었던 건 모세와 김진석 뿐이다. 바닥에는 물기 하나 없었고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고 보기에는 충격의 강도가 컸다. ‘정말 운이 나쁜 경우가 아니고서야 살인이라 볼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영근 선배는 전날 숙취 때문에 조사 내내 골이 아프다며 호소했다고 한다. 순경 두 명이 옆에서 부축해서 겨우 현장에 갔다고. 진술도 본인이 먼저 끝내고 이거 사고네를 그날 내내 입에 달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린 형사의 수사를 믿을 수 있을까? 그가 김진석의 편의를 봐줬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한 번도 따로 불러 조사한 적이 없으니까. 왜 아이 아빠는 이 수사결과를 받아들였지? 정말 사고라고 여긴 걸까? 여범 선배가 등을 친다.

 

-, 사건이야. 야산에서 발견되었던 유골, 살해된 사람이래.

 

산사태로 xx산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때 유골이 몇 점 발견되었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그 중 한 건이 실종된 남자의 것이라는 게 이번에 밝혀진 것이다. 이름은 황일찬. 실종당시 나이는 33. 직업은 무직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주변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유흥주점에서 포주로 일하거나 방송국 단역 관리 역을 했다고 한다. 독신에 친한 사람이 없어 실종신고는 되었지만 딱히 찾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경찰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행적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이거 이슈화 시키는 거 어때요?

-야야야, 돌빡이냐? 이 새끼 딱 봐도 조폭한테 당하고 생매장 당한 거잖아. 사이즈 안 나오냐? 이 바닥 애들이 다 이래요. 보나마나 여자 잘못 건드려서 인생 쫑난거지, . 여자 장사 했다잖냐. 이런 쓰레기 기사 내봐야 뭐해?

 

황일찬은 악명이 높은 녀석이었나 보다. 듣기로는 단역으로 오는 배우지망생 애들을 성폭행 한 뒤 협박과 회유로 물장사에 이용했다고 한다. 그 중 몇 명이 자살을 해 시사프로에 등장할 정도였다고. 왜 처벌받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선배는 증거부족이라고 답한다.

 

-재훈아, 연예인 좋아하지 마라. 그 새끼들 정말 더럽다. 너 학교 다닐 때 일진에 양아치 새끼들 있지? 그런 새끼들이 연예인 하는 거야, 새끼야. 걔네들이 집단으로 뭉치고 사랑받으니 어떻겠어? 지들끼리 더 심하게 노는 거지. 주연배우는 편당 몇 천씩 돈 받고 스탭들은 한 푼도 못 받고 떼이기 일쑤인 게 연예계다.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스탭들 권리보장 외치는 거 봤냐? 걔들도 잘못된 건 알아. 아는데 지들 잘 먹고 잘 사니까 눈 감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그런 비열하고 저급한 쓰레기들이거든. 공생? 버러지들한테 바랄 걸 바래라. 아이돌들도 봐라. 어린 애들이 돈 모아서 보내주는 몇 십 만 원짜리 선물 꿀꺽 하는 것도 모자라서 SNS에 이거 사달라고 올리잖냐. 걔들은 연예인 안 되었으면 중고나라 사기꾼 되었을 새끼들이야. 사건 수사는 했지. 그런데 관계자라는 새끼들이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데 무슨 증거가 있냐? , 심지어 어떤 PD는 여기 단역으로 출연한 게 화면에 빤히 잡혔는데도 아니라고 잡아떼더라. 뭐 어떻게 해? 수사 접었지, .

 

그때 잡혔다면 교도소에서 뜨신 밥에 국말아 먹으면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살인을 한 건 아니니 형량도 높지 않았겠지. 그리고 출소하면 또 똑같은 짓으로 먹고 살았을 거다. 재수 없게 체포되지 않아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이 새끼가 실종된 날 말이야, 그날 여기서 촬영이 있었다네? 이놈이 거기 간 이후에 보이지 않았나봐. 그 왜, 드라마 있잖아, <이웃집 여자들>. 나도 한창 봤었는데.

 

기억난다. 네 아들이 이웃집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연속극. 그때 재수생이었지, 아마. 그 드라마에 빠져서 수능을 또 망치고, 그러다 삼수, 사수까지 갔는데도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에 가고....... 차지영 연기가 정말 좋았어. 그 드라마로 방송 3사 대상을 완성했잖아. 그러고 보니 그 작품 막내아들이 나랑 비슷한 또래였지. 엄마가 쟤는 저기서 발연기라도 해서 돈 버는데 넌 뭐 하느냐며 화냈던 기억이 있다. 그 배우, 그 배우가 누구였지? 그래, 김진석! 김진석이었어. 그때 발연기 짤이 많이 돌았잖아. 그러고 보니 그런 짤도 있었지. ‘발연기 배우 혼내는 스탭, 존나 사이다구석 쪽에서 김진석이 쳐 맞는 짤을 누가 올렸었다. 댓글 반응이 좋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런 댓글이었다. ‘저 남자 스탭 아님. 단역 담당자임. 가끔 단역으로도 나옴여.’ 그 남자가 황일찬이었나?

 

-혹시 그날 촬영이 어떤 장면이었나요? 그러니까 배우 누구누구가 찍은 장면이었어요?

-, 진짜 수사에 도움 안 되는 질문만 한다. 김진석이랑 단역 몇 명만 왔어. 막내아들이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혼자 슬픔을 달래는 장면이라는데 난 기억도 안 난다. , 그러고 보니 주연이 한 명 더 있긴 했다. 왜 김진석 여자친구로 나왔던 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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