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2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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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삐에로의 얼굴을 보고 웃지만 진실을 숨기며 사는 그들보다 항상 웃고 있는 삐에로가 더 좋다는 가사의 노래입니다. , 삐에로는 항상 웃고 있어요. 웃음은 전염된다고 해요. 빨간 웃음은 빨간 색으로 검은 웃음은 검은 색으로요. 저 삐에로는 붉게 물든 웃음을 퍼뜨립니다. 잔혹하고 끔찍한 웃음을요. 치엔이가 몸을 움직이더니 남자의 팔을 깨뭅니다. 촬영을 하느라 동작이 느슨해진 틈에 말이죠. 남자는 고통에 소리를 지릅니다. 신발장 옆에 놓인 우산을 얼굴에 대고 펼칩니다. 시야가 가려진 사이에 치엔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112에 전화를 겁니다. 통화음을 지나 경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몇 번 돌리더니 열쇠를 꽂는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던지고 문으로 달려갑니다. 열리지 않게 버튼을 꾹 누릅니다. 돌리고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요. 치엔이는 제 스마트폰을 들더니 또박또박 한국말로 신고를 합니다.

 

-히야, 방 열쇠가 이 방만 있을까? 옆방에서 자고 있는 언니들이 어떻게 되던 동생들은 상관 없다 이건가?

 

도대체 뭐하는 새끼일까요. 문을 꽉 쥡니다. 달각 달각 소리가 멈추지 않습니다.

 

-삐에로를 실제로 본 적 있니? 걔는 하루 종일 웃고 있어. 그 징그러운 얼굴로 웃고 있다고!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끔찍하고 징그러워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줄 모르고 실실 쪼개기만 하지. 너희라도 다를 게 있을까? 그저 웃고 또 웃기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줄 알지? 너희의 웃음에 전염된 인간들이 얼마나 불행한지는 생각해 본 적 없지?

 

치엔이는 창문을 열더니 플라스틱으로 된 낡은 철창을 발로 차 부셔버립니다.(철창이 저렇게 약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걸 도둑 방지용이라 생각하고 달고 살았다니.) 치엔이는 복도로 뛰어나갑니다. 혼자 살려고 저러는 걸까요? 제가 문손잡이를 놓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저러는 게 분명합니다. 교활한 중국인 같으니라고.

 

-너희는 삐에로야. 웃음을 파는 흉물들이라고. 내가 여기 왜 왔느냐고? 당연히 너희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지. 다신 낯짝을 카메라에 들이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

 

문손잡이의 떨림이 멈춥니다. 귓가에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고요한 침묵 속에 손을 향했던 피가 뇌에 몰립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후들거립니다. 사생팬인 걸까요? 아니면 안티팬? 그것도 아니면 증오범죄자? 왜 하필 비타소녀인 걸까요. 우린 인기도 없는데.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안 걸까요. 그리고 삐에로는 지금 무얼 하는 중일까요. 언니들 방으로 간 걸까요. 아님 제가 문에서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이 문이 열리면 무슨 일을 당하는 걸까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집니다. 언니들의 목이 잘려 있는 영상이 머릿속을 차지합니다. 침대보와 바닥은 피로 적셔져 있고 제 양말은 붉게 물듭니다. 지혜 언니와 눈이 마주칩니다. 투명하게 변한 언니의 눈동자에 제 얼굴이 비칩니다. 그리고 광대가, 광대가 웃으며 칼날을 제 목에 들이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옷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습니다. 무언가 머리를 툭 건드립니다. 뒤를 돌아 바닥을 보니 콘돔이 떨어져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입은 동그랗게 말려 혀를 꺼내지 못합니다. 문을 열고 튀어나옵니다. 동시에 도어락이 열리고 치엔이와 대표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언니, 괜찮아?

-이세야, 안 다쳤어?

 

더듬이며 이야기합니다. 밖에....... 밖에 녀석이 있다고요. 지금 막 아래로 내려갔다고요. 대표님은 무슨 자신감인지 혼자 계단 아래로 달려갑니다. 치엔이가 제 손을 잡습니다.

 

-언니, 괜찮아? 많이 놀랐지? 언니한테 말하면 광대가 들을 까봐.......

 

손이 올라갔습니다. 턱이 돌아갈 정도로 세게 치엔이의 뺨을 때렸습니다.

 

-다시는 혼자 다니지 마.

 

한 마디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냥 네가 꼴 보기 싫은 행동만 골라 해서 때린 거라고 말하기 싫으니까요.

 

-언니, 미안해.

 

발코니 불이 켜져 있습니다. 평상 위에 가면과 가발이 놓여 있습니다. 그 아래 칼로 긁은 글자가 보입니다.

 

사형대가 멈추면 광대가 서 있다 기대해[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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