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1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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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속사에서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에는 관계에 있어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경쟁이 필요 없는 데뷔 확정 멤버였고 경력에서 가장 풍부했으니까요. 월말평가 때 욕을 먹어도 비웃음을 당하거나 잔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세가 욕을 먹다니라며 놀라했죠. 데뷔 후 달라진 걸 느낀 건 첫 음악방송 촬영 때였습니다. 인이어 문제로 말을 하던 중 지혜 언니가 한 소리 했습니다.

 

-너도 정식데뷔는 처음이잖아. 아는 체 하지 마.

 

며칠 전 언니들은 자기들끼리 v앱을 진행했습니다. 채팅창에는 저와 치엔이를 찾는 댓글들이 올라왔죠. ‘이세 뭐해요?’ ‘치엔이 뭐해요?’ ‘너희들 말고 둘 데려와라’ ‘비주얼 멤버들 어디 갔음?’ 무시하면 될 걸 하나하나 읽고 있던 다경 언니가 폭발해 버렸습니다.

 

-전체 팬 아니면 탈덕해 주세요. 저희 방송 하는데 들어오지도 말아주세요. 멤버들 이간질 시키는데 팬인가요? 저는 그딴 팬들 필요 없어요. 필요 없다고!

 

언니는 오열했고 방송은 끝났습니다. 다경 언니가 혼날 줄 알았는데 불똥은 저에게 튀었습니다. 실장님은 제가 욕심이 많아서 언니들한테 스트레스를 준답니다.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게 본인이 생각해도 우기기 밖에 안 된다고 여기는 게 분명합니다. 왜 평소에 꼴 보기 싫은 사람한테 화는 내고 싶은데 마땅히 낼만한 게 없을 때 이러잖아요. ‘너는 사람들이 왜 널 싫어하는지 모르지?’ 그 사람들이 누군지 듣고 싶네요. 싫어하는 이유도요. 혼나고 돌아오니 숙소는 개판입니다. 다경 언니는 울고 있고 지혜 언니는 컴퓨터로 커뮤니티 반응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나윤 언니는 화가 나는지 커다란 가필드 인형을 때리고 있습니다. 치엔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씨발,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견디기 힘들면 화면 밖으로 나가던가!

-짜증나서 그랬다, ! 만날 숙소에 있으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알아? 이러다 그룹 망하면 나만 할 거 없어질 까봐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냐고!

-이러다 다섯 명 다 같이 없어지게 생겼네.

-그럼 열심히 하던가!

-기회를 줘야 하지! 나윤이 너 기억 안 나? 재훈이 오빠 프로에 우리 나갔을 때 어떻게 했는지? 내가 말하려고 하면 다경이 쉿. 다경이 이따가.’ 하면서 계속 막았잖아! 마지막에 할 말 있는 사람 손들라고 해서 손드니까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만큼 가치 있는 이야기냐고 계속 물어봐서 포기하고! 분량은 치엔이랑 이세만 다 나가고! 열심히 하면 뭐하냐고! 써주질 않는데 어쩌라고!

-그거야 네가 한 마디 하면 분위기가 싸해지니까 그렇지, 이 갑분싸야.

-누군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말 하냐! 뭔 말만 내뱉으면 그렇게 되는데 어쩌라고!

 

치엔이에 대해 물어보기 힘들만큼 분위기가 살벌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치엔이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 중이라고 뜨더군요. 방문이 열리더니 다경 언니가 들어옵니다. 맙소사,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 너 솔직히 너무하지 않냐? 개인방송 나가면 우리 비타소녀를 홍보해야지, 혼자서 게임이나 하고 춤이나 추고! 네가 나가서 우리 홍보한 거 한 번도 못 봤어. 너 우리 게스트로 부르지도 않더라?

 

그야 나도 하기 싫으니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갑니다.

 

-나 솔직히 너랑 같이 데뷔한다고 할 때 존나 기대했거든? 그래도 얼굴 알린 애 하나 있으니까 인기 좀 끌겠지 생각했어. 솔직하게 말할게. 네 덕 좀 보려고 했어. 난 원래 쩌리 멤버니까 나도 그거 잘 아니까 닥치고 있자 생각했어. 근데 인기 있는 애가 그룹 활동은 열심히 안 하고 자기 살겠다고 개인 방송 뛰는 게 좋게 보이겠냐?

-, 그만 해. 방귀는 네가 뀌고 왜 성내냐?

-나윤이 넌 좀 닥쳐. 이세 너 말해 봐. 비타소녀 하는 거 쪽팔리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한 애가 이딴 그룹에 있으니까 하기 싫지? 근데 이거 알아? 너도 좆도 아닌 년이야. 뛰어났으면 이미 데뷔를 했겠지. 엄현식 프로듀서? 그 사람 얼굴만 반반하고 실력 없는 애들 데려다 잘 포장해서 띄우기로 소문난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이니까 네가 뛰어나 보였던 거겠지. 직접적으로 말해줄까? 넌 그냥 병신이야.

 

밤새 기분이 울적했습니다. 잠이 안 와서 평상에 앉아 노래를 들었습니다. 예전에 즐겨 듣던 박혜경 언니 노래를요. 생각해 보니 노래를 안 들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차로 이동할 땐 잠만 잤고 안무 연습은 우리 노래만 했습니다. 다른 그룹들은 음악 틀고 춤추면서 논다던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이야기도 만날 예능 방송 이야기입니다. 다들 왜 가수가 된 건지 의문입니다. 아이돌은 정말 가수가 아닌 걸까요? 조그마한 목소리로 <빨간 운동화>를 불러봅니다. 어린 꼬마 이세를 우승자로 만들어준 노래를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TV 속 언니 오빠들이 이렇게 저급하고 더러운 족속들인지요. 토크쇼에서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오늘 따라 오빠가 더 보고 싶습니다. 만약 오빠가 나타나면, 제가 오빠의 팔짱을 끼고 눈앞에 나타나면 언니들 반응이 어떨 까요? 조선일보에 저와 오빠 이름이 나란히 놓이게 된다면 비타소녀는 몰라도 오디션 소녀 이세는 스타가 될 수 있을 텐데. 오빠는 촬영만 들어가면 바빠집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바쁩니다. 촬영은 끝이 없고 쉴 때면 안무연습을 하거나 V앱을 켭니다. 오빠가 연락을 해도 새벽에나 답을 보내요. 이러다 바람 피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드라마를 볼 때면 속이 쓰립니다. 양다예도 양다예지만 이다은이랑 강아람도 너무 예뻐요. 오빠 눈이 돌아가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강아람과는 예전에 사귀었고 양다예랑은 열애설이 있었답니다. 오빠가 떠나가면 전 정말 누가 되는 걸까요.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4시입니다. 내일 아침 스케줄이 없다고 해도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치엔이 요것 혼 좀 내줘야 되겠어요. 보나마나 보이그룹 멤버 중 누구랑 친해진 게 분명합니다. 밤에 데이트 나갔겠죠. 어쩌면 같은 중국인일지도 모릅니다. 홍콩이나 대만 멤버일지도 모르죠. 외국인 멤버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고 친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문제는 연애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밤중에 몰래 나가면 안 됩니다. 이러다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요.

 

-어라, 아직 안자고 있었어요?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빨간 불빛에 비친 빨간 코입니다. 그 다음은 붉은 볼, 빨간 얼굴, 축 쳐진 눈, 무지개색 폭탄 머리. 그게 삐에로라는 걸 늦게야 알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삐에로 가면을 쓴 남자라는 것을요. 멜빵바지를 입은 그의 한 손에는 핸드폰이 다른 한 손에는 정액이 차 있는 거처럼 보이는 콘돔이 여러 개 들려 있습니다.

 

-이거 곤란하네. 다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온 건데. 맨 정신에 당할 자신 있어요?

 

이 남자는 누굴까요. 어떻게 여기 번호키를 알고 있는 걸까요.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손이 떨립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나오지 않습니다. 웃기만 하는 남자의 손이 위로 올라갑니다. 다시 도어락이 울립니다.

 

-헤헤, 늦었네.

 

삐에로는 뒤로 돌아 치엔이의 머리채를 움켜쥡니다. 손을 손가락에 대고 ~’라고 말합니다. 콘돔을 멜빵 주머니에 넣더니 안에서 커터 칼을 꺼냅니다. 날카롭게 서린 날이 치엔이의 목을 향합니다. 분위기 파악이 바로 되었는지 치엔이 얼굴이 굳습니다. 머리채를 잡은 손을 놓더니 주머니에서 콘돔을 하나 꺼내 제 쪽으로 던집니다. 몸을 움직여 현관 불을 켜더니 핸드폰을 꺼내 제 쪽을 향합니다.

 

-둘 중 누굴 찍어줄까?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걸?

 

삐에로는 강요합니다. 허리를 굽히라고요. 손을 움직여 콘돔을 잡으라고요. 그리고 입으로 가져다 대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목에서 피가 흐르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요. 묶여 있는 콘돔을 풉니다. 익숙한 냄새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스마트폰이 소리를 냅니다.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요, 중국인 멤버는 자국으로 돌아갈 테니까. 한국에서의 끔찍한 경험이라며 썰을 풀 테니까. 그러니까 제가, 제가 희생해야 되는 거겠죠. 입을 벌림과 동시에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그건 악마의 목소리입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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