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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캐릭터와 쫄깃한 긴장감이 인상적인 영화 <독전>[리뷰] <독전>, 한국 범죄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 위험한 리메이크

<독전>이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 번째는 마약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약을 소재로 한 작품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연예인들의 마약 소식이 종종 뉴스를 장식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마약이란 가깝게 느껴지는 소재와 거리가 멀다. 곁가지로 등장한 적은 있지만 주된 소재를 마약에 둔다, 상당히 어려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이해영 감독의 역량이었다. <마약전쟁>이 지독한 작품이라는 점도 있었으나 어두운 분위기에 건조한 느낌이 강한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후반부에 펼쳐지는 악독함인데 이해영 감독이 이 지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체적인 틀을 가져오면서 재미를 살릴 거 같은데 과연 이 재미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오던 감독이 아닐뿐더러 <천하장사 마돈나>나 <페스티발>을 생각할 때 <독전>의 색깔은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 색깔을 입히다

<마약전쟁>은 두기봉 영화답게 건조함이 강하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수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에 가깝다. <독전>은 이런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색깔을 입힌다. 조진웅과 류준열을 비롯해 김주혁, 차승원, 김성령, 박해준 등의 배우들은 원작의 건조했던 캐릭터들을 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캐릭터들의 색은 중화권의 건조한 느와르에 감정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원작의 형사 장이 사건이 터지자 그 사건을 수사한다는 직업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감정이입과 거리를 두는 반면 <독전>의 원호는 오랜 시간 마약수사를 해왔다는 점, 열정이 넘치지만 동시에 피로로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자신이 지시한 작전 때문에 소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성령의 우아한 등장과 이후 폭발 장면은 극적인 대비로 강렬함을 주며 김주혁과 박해준이 연기한 서로 같은 장면에서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인상적이다. 또 차승원은 무거운 작품의 분위기를 적당히 순화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이런 캐릭터들의 역할 분담과 각자의 색의 표현은 회색에 가까웠던 원작에 다양한 색상을 입히는데 성공하였다. 캐릭터가 밋밋했다면 크레파스가 많아도 색감이 살지 않는 작품이 될 뻔 했지만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살릴 수 있는 설정이 있었기에 색을 통한 감정의 표현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원작과의 차이, 약일까 독일까

원작 <마약전쟁>이 특별했던 이유는 건조함 속에 비정함과 악독함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정말 마약처럼 독한 영화가 이 작품인데 <독전>은 이런 독함을 포기했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첫 번째는 <마약전쟁>의 특별함을 가져오기엔 상업영화로의 미덕을 포기하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독전>의 각본은 꽤나 잘 빠졌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하면서 원작의 색을 입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무차별적인 총격전과 살육은 감정이 들어간 작품에서 도덕적인 의문과 충격을 동반한다. 중국영화의 건조한 연출이 수많은 등장인물의 죽음에도 별다른 감정적 동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반면 한국 상업영화식 연출은 인물 하나하나의 죽음에 강렬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한 마디로 <마약전쟁>의 후반부가 <독전>에서는 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캐릭터의 설정이다. 두기봉 감독은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감독이다. 그는 영화적인 구조를 다 짜고 거기에 맞춰 캐릭터를 넣는 감독이다. 반면 이해영 감독은 감독보다는 작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심리적으로 섬세하고 독특하다. 이런 그의 특징은 <경성학교>라는 작품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는 상업적으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영화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경험이 있다. 이는 인물의 심리적인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장치를 만들다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이다. <독전>은 원호와 락의 캐릭터에 중점을 두기 위해 마지막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장면을 집어넣는다. 이 장면은 열정적으로 달려왔으나 툭 하면 쓰러질 듯한 원호의 현재와 감정이란 걸 가지고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락의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캐릭터의 설정을 계산하고 있었다면 <마약전쟁>의 결말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원작의 장점을 따르지 않은 만큼 이 영화에는 호불호 지점이 존재한다. 바로 ‘특별함’이다. <독전>은 한국에서는 독특한 시도지만 중화권 범죄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영화다. 캐릭터 운용에 있어 매력은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어느 지점에서는 이음새가 약하며 또 어느 지점에서는 지나치게 건조하며 리듬감을 깬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 각색을 더하고 할 줄 아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어설프다. 그렇다면 필살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비장의 무기를 이 영화는 가지고 있지 않다.

 

 

* 시도만으로 의미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존 한국 범죄물과는 차이를 두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 집념이 격차를 만들어냈다. <감시자들>이 <천공의 눈>이라는 원작에 한국적인 색을 입힘으로 장르적인 스펙트럼을 넓힌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중화권 작품에 색을 더하며 국내 장르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도전적일 수 있는 원작의 각색에 많은 공을 들인 점, 캐릭터들을 살려 극 전체에 힘을 보태려고 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이해영 감독이 많은 지점에서 양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작가적인 역량이 있지만 무언가 약간씩 부족하다. 영화란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 전체적인 작품은 물론 컷 하나와 다음 컷의 연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그림에 비유하면 전체적으로 괜찮다 싶으면 디테일적인 색칠이 별로이며 색감이 좋다 싶으면 전체적인 풍경이 좋지 않다. <독전>의 경우 원작이 있고 그 원작의 스토리가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김준모 기자  press@lunarglobal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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