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2> 무거움과 가벼움을 유연하게 다루는 구강 액션 1인자의 귀환
<데드풀 2> 무거움과 가벼움을 유연하게 다루는 구강 액션 1인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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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데드풀 2는 1편과 같이 자기 자신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데드풀은 드디어 만화책과 같이 자신이 극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관련된 농담들을 아끼지 않는다. 극 중에서 "이 작전만 잘되면 영화의 3번째 액트는 찍지 않고 조기 퇴근한다" 라는 대사를 날린다던가 대본을 너무 대충 썼다며 비아냥 거리는둥의 자기 인식적 유머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은 똑똑한 일이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점을 그냥 무시하고 넘길수는 없는 법이다. 데드풀 2도 절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데드풀 2의 유머는 국내 관객에겐 어필이 조금 힘들다. 워낙에 라이언 레놀즈식 농담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미국의 팝 컬쳐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국내 영화 관객의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펀치 라인이 별로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아는 만큼 웃긴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을 제대로 알게된 시점부터 국내 커뮤니티 보다는 해외 커뮤니티를 더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유머가 통한 편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를 했어도 별로 웃기지 않았던 농담들도 존재하긴 한다. 아직도 덥스텝이나 강풍 주의보에 관련된 농담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극 후반에서 감정을 잡을까 말까 머뭇거리는 씬이 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길게 끌었다고 생각했고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유머의 질을 따져보면 말 그대로 '재미있는' 영화인 것에는 크게 반박할 여지가 없다.

영화를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든 데에는 사회 풍자적인 대사들의 영향도 컸다. 엑스'맨'이 성중립적이지 못하다면서 후에 개봉할 영화인 '엑스 포스'로 바꾸는가 하면 자신이 흑인인척 하는 백인들에게 샷을 날리고 과도하게 인종 차별적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는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들 (SJW)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그것도 영화의 스토리에 아주 부드럽게 어우러지게 말이다. 왜 히어로 영화에는 뚱뚱한 사람들이나 동성애자들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등장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프로 불편러들에게도 은근슬쩍 시원한 답을 날린다. 영화에 등장했던 소년인 '파이어 피스트'의 대사만 봐도 그렇다. 특히 '네가 소닉'과 '유키오'의 뜬금없는 러브라인은 "자, 영화에 넣었다. 이제 됐냐?" 같은 메세지로 보였다.

유머 이야기를 마치고 싶었지만 엔드 크레딧 씬 (쿠키 영상) 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2 점프 스트리트> 의 크레딧보다 더 기발하고 유쾌하다. 다른 영화나 배우들에게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라이언 레놀즈는 한치의 거림낌도 없이 해낸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게.


영화의 플롯에 관련해서 말이 많다. 어떤 사람은 1편이 더 나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반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속한다. 물론 플롯 중간에 후에 나올 영화인 <엑스 포스>를 약간은 과하게 광고하는 면도 있어 조금 실증이 나긴 했다만 각종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여러가지 사건들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히어로를 다룬 영화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 반전인 것 처럼 다뤘던 '케이블'과 '파이어 피스트'의 관계는 진작에 예측할 수 있었고 납 동전에 관한 것도 대놓고 떡밥을 던진지라 별로 놀랍진 않았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활용해 자기 인식적 유머로 넘겼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몇몇 씬들을 제외하고는 엑스 포스의 첫 출격 씬 같이 과하게 잔인하고 마치 잘 만들어진 B급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며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 들었다.

<존 윅> 시리즈와 <아토믹 블론드>의 감독인 데이빗 레이치가 데드풀 2를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액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인이 감독을 맡은 영화 3개 모두 <본>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낸 액션 계의 장인인지라 데드풀 2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 캐릭터들을 사용할지 참 기대가 많았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여태까지 본인이 만들어온 액션 씬보다는 확실히 약한 면도 있었지만 코리오그래피 면에선 절대 꿇리지 않았고 특히 데드풀의 팔을 완전히 꺾어 케이블의 목을 조르는데 썼던 씬은 참 기발했다. 특히 그런 액션 씬들 사이에 슬랩스틱 코메디를 섞어 넣으며 멋있게 보이면서도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를 놓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라이언 레놀즈는 태어날 때 부터 데드풀 역을 맡을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이인 것 처럼 1편과 같이 완벽한 데드풀을 보여줬다. 케이블로 등잔한 조쉬 브롤린의 캐릭터도 본인이 연기한 타노스와 조금 겹치는 면이 있긴 했지만 <인피니티 워>에서의 연기력에서 전혀 문제점을 찾지 못했던지라 이번 영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인 도미노의 역을 맡은 자지 (크흠) 비츠는 자신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플러스 사이즈의 영웅을 맡은 아역 배우도 어린 나이에 자신이 갱의 일원인 것 처럼 행동하는 요즘 아이들을 풍자한 캐릭터를 잘 연기해 냈다.

데드풀 2는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힘들다. 아무래도 유머가 얼마냐 통하느냐에 따라서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웃으며 보내거나 아님 이 대사가 뭘 뜻하는건지 아리송해 하며 보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에서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마블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이 시점에 과포화 상태라는 불만도 들려오고 있지만 가끔가다 이런 트위스트를 주는 작품들도 내놓는지라 싫어하고 싶어도 차마 싫어하기 힘든 마블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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