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리뷰] 뻔뻔하고 오글거렸던 <근거리 연애>, 그럼에도 보고 싶었던 이유는
[L리뷰] 뻔뻔하고 오글거렸던 <근거리 연애>, 그럼에도 보고 싶었던 이유는
  • 한재훈
  • 승인 2018.04.1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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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근거리 연애' 포스터.ⓒ (주)엔케이컨텐츠

 

[루나글로벌스타] 영화 <근거리 연애>는 로맨스이면서도 판타지 장르다.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사랑을 다룬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라니. 그냥 보면 현실성 하나도 없는 판타지적인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고등학교 때 필자를 가르치셨던 선생님 중 한 분도 제자와 결혼하신 분이 있었기에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무지개 여신>, <너에게 닿기를> 등을 연출한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이 맡았다. <근거리 연애>는 감정을 억제하며 표현하지 않는 전교 1등의 소녀가 인기 많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며 생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교 1등이지만 영어에만 유독 약한 쿠르르기 유니(고마츠 나나)에게 학교의 인기 교사이자 영어 교사인 사쿠라이 하루카(야마시타 토모히사)는 특별 보충 수업을 제안한다. 다른 여학생들은 멋있는 사쿠라이 선생에게 보충수업을 받는 쿠르르기를 부러워하지만, 쿠르르기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쿠라이 선생과 영어를 공부하게 돼 우울해한다. 이후 영어를 열심히 지도해주고, 곤경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는 사쿠라이 선생에게 쿠르르기가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두 사람은 여러 갈등과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남들은 쿠르르기를 보고 감정이 없다, 자기 표현을 억제한다,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인 사쿠라이가 "무의식적인 것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매번 말하는데, 사쿠라이 선생만이 쿠르르기의 무의식적인 제스처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녀의 감정을 알아챈다. 쿠르르기의 무의식적인 행동은 부끄러울 땐 귀를 만지고, 화가 나면 도넛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멘델 교수의 책을 읽고, 기쁠 때 머리핀의 고양이를 쓰다듬는 등의 모습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던 쿠르르기는 사쿠라이 선생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내적 갈등을 느끼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서 자신의 친구인 나미 등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사쿠라이를 보면, 사쿠라이 선생은 거짓말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영업사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푸른 석양이 있다는 것,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를 3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등의 말을 들려주곤 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쿠라이에게 웃는 모습만을 보였지만 사쿠라이가 12살 때 자살하고 만다. 다시 사귀자고 제안하는 타키자와 선생에게 "나는 자기 감정에 거짓말을 못한다"는 말로 바로 거절하던 사쿠라이였지만, 자신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쿠르르기를 보며 변하게 된다. 수동적이었던 그가 먼저 무의식적으로 쿠르르기에게 키스하고,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쿠르르기의 꿈인 미국 유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도 하게 된다. 이후 사쿠라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끝이 어떻게 될까 계속 궁금했던 영화였다. 영화 내용이 좀 질질 끄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가장 설렜던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쿠르르기가 교탁 아래 숨어서 "선생님이 싫은데 너무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종이를 보여주며 사쿠라이 선생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이런 쿠르르기의 순진무구한 모습에 사쿠라이 선생이 무의식적으로 쿠르르기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자아낸다.

 

 

<근거리 연애>는 학원 로맨스물인만큼 카메라, 색채 면에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학생 쿠르르기와 선생인 사쿠라이 간의 순수한 사랑을 부각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 전개는 마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듯해서 설렘을 안겨준다. 그리고 사쿠라이의 추억을 환기시키고 쿠르르기에게 프로포즈, 재회하는 바닷가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인물 사이의 기억, 감정을 공유하는 장소가 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쿠로시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등의 수많은 로맨스 영화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고마츠 나나의 연기는 익숙하고 친숙하다. 이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건 고마츠 나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고마츠 나나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누군가가 너무 싫은데, 반대로 너무 좋고 없으면 쓸쓸하다고 사랑을 얘기하는 쿠르르기. 감정 조절을 적절히 함으로써 오글거리고 뻔뻔한 영화 전개에 몰입감을 실을 수 있었다. 영화 자체는 얼마나 오글거리던지 영화 중반부쯤에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볼 정도였으니. '졸업하면 나랑 결혼하자'. 사쿠라이가 쿠르르기에게 전한 이 진지한 대사에서는 웃음도 나왔다. 마치 순정만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서 달달한 사탕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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