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송자의 문학 감상] 넌 샛별이야 / 수필
[류송자의 문학 감상] 넌 샛별이야 / 수필
  • 류송자
  • 승인 2018.06.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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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류송자] 지난해 10월 아침 신문을 읽다가 아연 실색을 했다.

“이게 무슨! 이런 일이!” 정신이 아찔했다. 울산 L양 계모에게 매맞아 죽다. 우선 몇 살인지 부터 찾았다. 10살이었다. L양이라기에 조금은 큰 줄 알았는데... 10세면 초등학교 2~3학년 어린이다. 얼마나 매를 맞았으면 사람이 죽게 될까? 왜 이럴까? 왜 이럴까?

어린것의 마지막이 상상이 되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이 괴로웠다. 그 어린것의 죽음은 이미 육신을 앗아갔고 그 영혼은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남의 죽음이란 생각으로 지나치기에 너무 애처롭고 가련한 일이었다.

그 어린것의 마지막 고통이 가슴에 남아 고심 끝에 신문의 기사를 잘라내어 봉투에 넣고 편지를 써서 성당 신부님에게 드렸다. 미사에 봉헌해 달라고, 기도해 주십사고, 그 어린 영혼이 어디를 가야할지, 그 어린 영혼을 위해 누가 기도를 해 줄까? 아이 찾아 헤매든 낳은 어미의 모정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 내 마음도 이리 편치 않은데, 학교에서 단체로 아쿠아룸을 가겠다고 돈 2000원을 달라고 했다가,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어른인 나도 호기심이 생기든데,

오랜 전에 초등학교 교직에 근무한 적이 있다. 어린이들이 참 좋고 사랑스럽다. 교직 생활 중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린이들의 ‘눈(目)’이다. 매일 마주치면서 일상을 주고받는다. 미주알 고주알을 이야기한다.

“우리집에 재판해요.” “어제 큰어머니가 왔다 가셨어요. 큰어머니가 좋아 요.” “오늘 우리집에 콩 타작해요. 끝난 뒤에 집에 가야지 일하기 싫은데.”

“오늘 고구마 캐요. 내일 삶은 고구마 선생님 갖다 드릴께요.”

매일 재잘 거리며 이야기 거리를 끄집어낸다. 그럴 때 마다 아이들 눈 속을 들여다본다. 늘상 느끼는 것은 “세상에 이런 오묘한 조화가 또 있을까” 하고 감탄한다. 그 눈 속에는 소우주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인지 지금도 길거리에서 초등학교 하교 시 “와글 와글” “재잘 재잘” 거리며 교문 밖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갈 때면 한 켠에 비켜서서 한사람 한사람 지나가는 것을 유심히 보면서 그 애들의 눈을 드려다 본다. 그리고 나 혼자 빙그레 웃는다.

그들의 뒤를 따라 가면서 슬며시 장난기가 발동한다. 아이들은 가성을 좋아한다.

“몇 학년?” 아이들 목소리로 물어본다. 저마다 “2학년요.~” “5학년요.~” 하고 대답한다. 상큼하게 웃게 만든다. “시간 마치고 뭐 할건데?” 끝자락을 올려서 묻는다. “집에요.~” “학원요.~” “친구하고 빵 사러가요.”

모두다 샛별이다. 우리 어릴적엔 가난하게 살았어도 이웃의 인심들은 좋았고 포근하고 정겨웠다. 의식주가 풍요한 요즘 인간성들은 왜 이렇게 사나워 지는지?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 나온다. 옛날에도 팥쥐 엄마가 있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팥쥐 엄마는 들은 적이 없다.

그 어린 영혼이 어디를 가야할지! 그 어린 영혼을 위해 이 세상에서 누가 기도를 해줄까? 종교에서는 영혼이 죽지 않고 기도에 따라 천국을 간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계모 밑에서 아프게 죽은 그 어린 영혼을 길을 잃고 헤매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한 달을 작정하고 묵주를 잡았다. 매일 저녁 그 애와 만났다. 울산에 사는 것 외에는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키는 얼마정도 큰지? 눈은 어떻게 생겼는지?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너를 위해 이 세상 어느 구석에서 저녁마다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이 있으니 외로워 말고 아파하지도 말고 천상에 올라 별이 되어 주렴. 샛별이 되어 주렴. 저녁 일찍 뜨는 샛별. 그리고 그곳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게 될게야. 어린왕자는 널 반갑게 맞아 줄거야. 어린왕자와 손잡고 이 별, 저 별, 작은 별, 큰 별, 이쪽 별, 저쪽 별 날아다니며 온갖 구경 다 하렴!

“작은 별에는 바오밤 나무가 있다더라. 바오밤 나무는 아주 크고 뚱뚱하던데, 난 식물원에서 봤거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을 것 같애. 아주 높은데 열매가 있어. 어른 주먹만한 큰 열매 구워서 먹으면 새콤 달콤 맛있대. 네가 참 좋아할 것 같애. 높아서 못 올라가면 어린왕자가 올려 줄 거야. 너희들 먹을 때 나도 그 바오밤 나무 열매 하나 얻어 먹고 싶다. 열매가 커서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를거야. 어린왕자와 손잡고 아쿠아룸도 가봐. 그곳의 아쿠아룸은 무지 무지 크다고 그러더라. 나도 따라 가고 싶네. 참 재미 있을거야. 난 늘 은하수가 가보고 싶었는데 넌 가볼 수 있어서 좋겠다. 부럽네. 넌 그 샛별에서 어린왕자와 콩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 행복하다고 까르르~~~ 웃어봐. 난 목젖이 보이도록 뒤집어 지게 웃는 어린이가 참 보기 좋거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져. 저녁 일찍 뜨는 샛별, 매일 저녁 나랑 만나서 어린왕자와 재미있게 놀은 이야기를 들려줘. 내가 샛별을 처다 볼게, 넌 아직 어린 천사니까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잖니? 옆에서 어린왕자가 지켜보는 포근한 잠자리 일거야. 내일 저녁 또 만나자.

한 달 뒤쯤 내 마음이 참 편안해 짐을 느꼈다.

촛불 켜기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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