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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리뷰] <7년의 밤>, 원작의 무게감에 눌린 관객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7년의 밤>은 나선형 같은 작품이다. 세령마을을 향하는 입구처럼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더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정유정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그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7년의 밤>은 두 명의 가장을 통해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끔찍한 비극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비극은 두 아버지의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현수는 가난하고 무능력한 가장이다. 그에게는 이 가난과 무능력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큰 짐으로 다가온다. 그 자신이 가난하고 무능력한 그리고 폭력적인 가장 아래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수는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에 시달린다. 만약 자신이 유능한 아버지가 되지 못한다면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죽었던 거처럼, 자신이 평생 그 고통에 시달리는 거처럼 아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영제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쥔 가장이다. 허나 그가 가정을 지키는 방법, 가족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방법은 폭력이다. 그 폭력이 영제가 가족을 유지하는 규칙이자 법칙이다. 헌데 아내가 이혼 소송을 걸면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법적인 문제로 그의 부와 명예가 침범 받은 게 이유가 아니다. 자신이 이루었다 생각하는 완벽한 성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다. 그는 그 분노를 딸 세령에게 푼다. 영화는 영제의 딸 세령이 세령마을에 새로 부임 온 관리팀장 현수의 차에 치여 죽으면서 발생하게 된 비극을 다루고 있다. 이 비극에는 두 남자의 캐릭터가 큰 몫을 한다. 교육을 통해 모든 인간이 이성적인 사고를 획득할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은 극도로 이성적으로 돌아갈 것이다.-특히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진국의 경우는 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교육을 통해 똑똑해질 순 있지만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다. 현수에게는 과거의 기억이, 영제에게는 자신만의 규칙이 그들을 옮아메고 있다. 


이 두 사람 사이에서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 아저씨, 승환이다. 소설에서는 이 승환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수의 아들 서원의 이야기와 7년 전 과거를 연결해 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류승룡과 장동건 사이에서 송새벽의 승환은 그 자신만의 힘을 온전하게 드러낸다. 승환은 영제 때문에 마음에 자책감을 짊어지는 인물이다. 그는 그 자책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원을 받아들인다. 그는 스스로 힘든 길을 택한다. 영화는 승환이라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현수의 이야기는 무겁고 영제의 이야기는 독하다. 이 무겁고 독한 진행은 자칫 어둡고 기분 나쁜 이야기로만 여겨질 수 있다. 한 없이 수심을 향하는 두 인물 사이에서 가끔 숨을 쉬어주는 승환의 역할은 중요하다. 승환 역시 나름의 아픔을 안고 있으나 두 아버지에 비해 이성적이며 기질적으로 약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세령마을은 책 맨 앞장에 지도로 만들었을 만큼 정유정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설정한 공간이다. 세령마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폐쇄성, 두 번째는 전통성이다. 세령마을은 댐을 막아 만든 마을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주민들이 나이든 사람들이다. 이런 지역의 특징은 영제의 만행을 눈감아 주며 그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공간의 역할을 해준다. 영제의 기질적인 면은 공간의 영향 때문에 더 강하게 발현된다. 그는 거리낌이 없고 막무가내다. 장동건은 M자 탈모는 물론 강렬한 눈빛으로 악마와 같은 오영제를 표현한다. 전통성은 현수로 하여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욱 되살아나게 만든다. 세령마을의 호수에 대한 미신은 과거 현수 마을의 우물에 대한 전통과 유사성을 지닌다. 또 세령이 죽은 후 굿판을 벌이는 장면은 미신적인 요소에 약한-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현수를 더욱 자극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  


즉 현수는 세령 그 자체의 악령에 시달리기 보다는 사고가 들통 나게 되면 아들이 겪게 될 아픔과 고통, 어린 시절 자신이 짊어져야 했던 그 짐을 그대로 짊어지게 될 아버지의 악령에 시달린다. 이는 후반부 결말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설정이 없었다면 현수의 선택은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 되었을지 모른다. 류승룡의 아버지 연기는 그 감정을 잃지 않는다. 그의 혼신은 현수의 선택, 그리고 망령의 비극에 강한 동기와 어둠을 부여한다. 추창민 감독은 2시간이 조금 넘는 작품에 참으로 많은 걸 담아냈다. 세 남자가 짊어진 자책감, 세대에 걸친 복수와 비극, 세령마을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만들어낸 비극 등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배치시켰다.  


흥행 문제는 결국 무게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의 이 작품은 <종의 기원>과 함께 참으로 지독한 어둠을 자랑한다. 앞서 말한 나선형 구조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인간이 지닌 깊은 암흑으로 빠져드는 기분이기에 뒷맛이 좋지 않다. 몇몇 평론가분들은 영화의 흐름이 느린 점,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줄어든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는데 오히려 그런 흐름을 하나하나 담아내려는 게 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추창민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흐름에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가가 지닌 문체는 작가의 것이다. 그 문체를 영상으로 옮기는 건 같은 템포를 지닌 감독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자신의 장점에 맞춰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능력이다. 만약 원작이 없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지닌 이야기의 표현법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시우 평론가의 평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원작이 지닌 어둠을 너무 가져오려다 보니 관객을 같이 암흑에 빠뜨린다. 관객은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를 즐겨야 영화에 만족감을 느낀다. 그 어떤 비극적인 이야기도 우리는 ‘이런, 저럴 수가!’라는 입장이 되어 볼 수 있기에 거기서 의미를 찾고 감정을 느낀다. 헌데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서원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준다. 7년의 무게감으로 가슴을 내리치는 것이다. 소설의 문체가 주는 서스펜스적인 재미가 이 무게감을 견디게 만들었다면 영화는 추창민 감독의 리듬감이기에 이런 무게가 강하게 다가온다. 추창민 감독의 영화들은 매번 무게가 있었다. 그런데 정유정의 무게가 여기에 더해지니 관객들은 깊은 어둠에 빠진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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