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리뷰] '신과 함께', 끝까지 보기 힘들었던 영화
[L리뷰] '신과 함께', 끝까지 보기 힘들었던 영화
  • 이현수 기자
  • 승인 2018.04.0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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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 포스터.

 

[루나글로벌스타] 정말 끝까지 보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원작 웹툰을 단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으로써 원작과 이 영화간의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굳이 원작을 개입하지 않고 그냥 작품 하나로써 보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엉망이었다.

모두가 이미 얘기하고 또 얘기한 점이지만 신파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플롯에서 발생하는 메인 이벤트들은 마치 개그 콩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나마 개그는 신파를 풍자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라도 하는데 이 영화는 그걸 진지하게 사용해 주된 감정성을 만드려고 한다.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의미가 있어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그저 흥행 성공을 위해 가짜 감동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 같았다. 천만 관객을 불러 들이는 상업 영화들은 킬링 타임 또는 오락용으로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항상 끌어들이곤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이런 신파란 항상 통하게 돼있다. 거짓 감동과 진실된 감동을 구분하지 못할테니까. 나는 그 어디에서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클리셰로 가득찬 뻔뻔한 플롯을 이 거대한 세계관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는게 너무 우스워서 영화가 끝나고 폭소를 터트렸다. 극 중에서 재판을 통해 죄목을 밝히면 그 후에는 감동을 쥐어 짜내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반전'이 변수 없이 항상 숨어 있는게 너무 우스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풍자 요소를 제외한 개그 콩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시작하며 롯데 마크가 나온 후에 롯데 타워에서의 불필요한 액션 씬이 나오고 그 놈의 누룽지 밥솥이 나온 그 순간에 이미 이 영화는 작품이 아니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딱딱하고 매력없는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2시간 정도 되는 플레이 타임의 70~80%를 신파에 허비하느라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주된 의미를 잃은 느낌이었다. 페이스가 느린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너무나도 쉽게 가능한 플롯 덕에 심각하게 지루했다. 몇몇 씬의 개연성은 온데간데 없었고 이승에서의 서브 플롯은 메인 플롯에 어느 플러스 요소도 주지 못한채 그저 또 다른 신파를 위한 소모품으로 쓰여졌다.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도 부족해 그들에게 몰입하기가 힘들었을 뿐더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유머 및 펀치라인도 영화의 분위기를 망쳤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정말 아쉬웠다. 특히 차태현의 캐릭터는 최악이었다.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인 판단이나 행동 없이 어머니 밖에 모르는 백지 상태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조연들이 중간 중간에 무언가 시켜서 감정을 주입시켜주면 그에 맞춰 따르는 것 밖에 할줄 모르는 수동적 캐릭터였다. 그 외의 캐릭터들도 모두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관객들과 감정적으로 동화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그냥 배우로써 자기 자신을 전달하는데에 그치고 말았다. 주지훈이 맡은 캐릭터는 영화에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재판에 등장했던 두명의 판관들은 그냥 짜증만 유발했고 신파를 위한 분위기 메이커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거짓 지옥에 등장한 아역 배우의 연기력과 대사 전달력은 정말 끔찍해서 그저 웃음을 자아낼 뿐이었다. 어린 아이가 어른 처럼 말하는 클리셰는 언제쯤 국내 영화/드라마에서 그만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CG와 사운드 편집/믹싱도 눈쌀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많았다. CG는 다들 의외로 괜찮았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배경과 주인공 간의 이질감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심각한 방해가 됐다. 국내 스튜디오의 기술력 문제보다는 숙련도 문제거 더 커보였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를 봐오면서 느낀거지만 아무리 좋은 CG 기술력이 있어도 씬 자체가 엉성하게 찍히거나 조명 같은 주변 요소들이 계획한 CG와 걸맞지 않게 세팅 된다면 이런 이질감은 항상 생기곤 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큰 스케일의 CG 자체를 영화에서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실수가 상당히 많았고 그에 따라 생기는 어색함은 차마 무시하기 힘들었다. 특히 CG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은 엉성한 연기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주긴 했지만 가끔은 테크 데모 시연식 처럼 느껴질 정도로 과도하게 쓰인 불필요한 CG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감독이 속한 스튜디오가 CG 작업을 맡다보니 기술력 자랑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운드 관련 부분도 아쉬웠다. 무기를 꺼내거나 집어 넣을때 나는 소리는 영화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공간으로 이동해도 변화 없이 마이크에 대고 또박 또박 말해 녹음한 듯한 느낌을 줄 때도 많았다. 음식을 씹거나 물건을 주울때 나는 소리는 카메라와 인물이 위치한 거리감에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믹싱으로서나 편집으로서나 실망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줬다.

샷을 구성하는 방법도 지루했다. 방대한 로케이션을 웅장하게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느리게 회전시킨건 좋았다만 인물들이 말할 때에도 카메라를 왜 계속 회전시키거나 움직여야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액션씬에서 등장한 클로즈업은 정말 어색했다. 마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슈퍼맨 액션 씬을 연상시킬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 약점이 너무나도 많이 보이는 시네마토그래피였다. 한번만 보여줘도 좋았을 그래픽 매치 컷은 3번이나 등장해 신선도를 잃었다. 전체적인 색감도 평범했다. 액션 씬은 CG로 떡칠돼 있어서 잘 보진 못했지만 코리오그래피라고 할 것도 별로 없어보였다. 이런 아쉬운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너무 과하게 문제점을 집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요소에서 실패한 영화기도 했다. 장점보다 단점이 뚜렷한 영화라면 리뷰함에 있어서 그걸 지적하는게 맞고 단점의 요소가 많다면 그만큼 지적할 요소도 많아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신과 함께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P.S: 감자칩을 씹어 먹는데 아그작 소리도 없었다. 그냥 껌을 씹는 듯한 혀와 침 소리만 났다. 강한 물결을 버티고 서있는데도 옷이 젖거나 물이 튄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중간에 케이블카 씬에서는 분명 문 위쪽의 연결 고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씬에서는 문 아래쪽의 연결 고리가 풀려 있었다. 여러모로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놓친게 많았다.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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