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리뷰]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우주처럼 텅 빈 감정의 아쉬움
[L리뷰]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우주처럼 텅 빈 감정의 아쉬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2.1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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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 <클로버필드>의 프리퀄, 넷플릭스 영화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점이라면 우주라는 공간이 미지의 공간이기 때문에 어떠한 아이디어도 허용이 된다는 점이다. 허무맹랑하거나 과학적으로 오류가 많은 이야기도 ‘공간이 우주니까’라는 변명으로 다 넘어갈 수 있다.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와도, 뜬금없이 차원이동이 되거나 주인공들이 나이가 들어도 우주이기에 가능하다. 단점이라면 이런 허용의 범위를 넓혀준 대신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이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아쉽게도 관객의 기대치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2008년, J.J.에이브럼스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클로버필드>는 지구를 습격한 거대 괴물이라는 설정을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촬영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페이크 다큐의 가장 큰 장점인 현장감을 살리는 긴박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큰 성공을 거둔 후 J.J.에이브럼스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를 차용한 외전격인 작품 <클로버필드 10번지>를 통해 다시 한 번 극찬을 받는데 성공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클로버필드> 프로젝트 세 번째는 <클로버필드>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를 다룬다. ‘왜 외계의 괴물이 지구를 습격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지는 게 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양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있는 지구를 향해 두 세계가 합쳐지면서 겪게 되는 셰퍼드호의 혼란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는 꽤나 돋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괴현상, 벽에 갇힌 젠슨이라는 의문의 여인,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어나는 죽음 등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달리 지나치게 익숙한 측면들에 기댄 장치들은 진부함을 준다. 먼저 셰퍼드호가 떠난 이유인 미래 에너지의 개발은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너무 많은 SF영화들이 차용했고 이용했던 진부함 그 자체의 소재다. 또 이를 위해 우주정거장 셰퍼드호가 펼치는 작업은 흥미를 자아내기에는 기본적인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해밀튼이 또 다른 지구에 남고 싶어 하는 이유가 가족 때문이라는 점은 진부함 그 자체다. 영화는 이 부분이 주된 방향성이 아님에도 불구 지나치게 해밀튼의 이야기로 감성팔이를 시도한다. 이는 영화 자체가 줄 수 있는 감정이 부족하다는 소리이고 이 빈 공간을 해밀튼의 가족 이야기로 채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허나 영화가 향해가는 방향과 그 감정이 맞지가 않으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작품은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갑자기 가족 찾기 설정이라니.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분출해내지 못한다. 비슷한 스토리의 <이벤트 호라이즌>을 생각해 보자. <이벤트 호라이즌>은 역겨울 정도로 제대로 미친다. 인물들의 심리를 극한으로 이끌며 지옥으로 변해버린 우주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그 많은 선원들을 데려와 놓고는 제대로 된 드라마를 전개하지 못한다. 해밀튼을 제외하고는 ‘왜 이들의 죽음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느껴야 하나’를 알 수 없다. 장면이 강한 것도 아니고 인물이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물이 존재한다는 느낌만 든다. 영화는 전작들이 가진 느낌을 공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해밀튼을 비롯한 셰퍼드호의 선원들에게는 긴장감과 현장감을 부여했고(<클로버필드>처럼) 지구에 남아있는 해밀튼의 연인 키엘이 <클로버필드> 사건을 당해 벙커로 피신함으로 <클로버필드 10번지>의 미스터리하면서도 폐쇄된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의 노력과는 달리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흥미는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본다.

 

영화라는 건 분석과 의미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따라와야 한다. 어떤 작품을 보고 특정한 감정을 느껴야만 관객은 그 영화를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감정을 이야기에 적절하게 융합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아마 이 영화를 본 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엽기적인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그만큼 영화 전반에 깔리는 감정이 약하다. 시리즈의 한 축으로 이어보는 재미를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 그 자체로 특별함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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