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23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23화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2.1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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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나 할 말 있는데 해도 돼?

 

치엔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이번 미션은 제 차례입니다. 섹시댄스를 춰달라네요. 거절합니다. BJ 다루라는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매니저와 다경 언니를 번갈아 쳐다봅니다. 대표님은 V앱 시청자 수가 너무 없다고 했습니다. 매니아층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 개인방송에 출연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가 방배동 살쾡이 방송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작곡가님이 치엔이보고 짱개, 너희 나라로 꺼져! 라고 말할 때마다 별풍선이 터졌죠. 방송 중간에 치킨도 시켜줬습니다. 지혜 언니랑 둘이서 티키타카로 다경 언니를 계속 공격해댔죠. 방송이 끝나고 다경 언니는 작곡가님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지만 시청자수가 폭발했다는 말에 포옹으로 바꿨습니다. 두 번째 방송에 가기 전 지혜 언니가 독감에 걸렸습니다. 대표님은 보내자고 그랬는데 매니저는 독감인 걸 알면 채팅창이 난리날 거라며 말렸어요. 대표님은 몇 번이나 저를 제외한 세 사람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절대 기분대로 행동하지 말라고요. 두 번째 방송은 BJ 다루의 방송이었습니다. 듣기로는 레이싱 모델이나 신인 아이돌들이 나와서 종종 이름을 알린다고 합니다. BJ 다루라는 사람은 전형적인 안여돼입니다. 안경 낀 여드름투성이의 돼지새끼.

 

-왔어, 내가 왔어! MIC를 쥐고 있는 MC다루가 왔어! 따라해, 언어 윈 더 캐넌 오브 락 더 오브 치킨!

 

이 사람 방송은 채팅창부터 혐오스럽습니다. 온갖 섹드립이 난무하자 나윤 언니가 정색하고 채팅창을 꺼달라고 했습니다. MC다루란 사람은 당황하더니 잠시 방송을 껐습니다.

 

-야, 방송이 장난이야? 개인 방송 처음 해 봐? 쌍년들이 말이야, 출연시켜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뭐, 이 돼지새끼야? 뒤질래? 와, 찐빵 진짜 열 받게 구네.

-너 뒤지고 싶냐? 어디서 변태 BJ 주제에 아이돌한테 지랄이야?

-이 새끼가 진짜 야, 너 이리 와 봐.

 

BJ 다루는 여자랑은 안 싸운다더니 다경 언니가 헬로 키티 쿠션을 집어던지자 달려들었습니다. 절권도를 배웠다더니 합기도 유단자인 나윤 언니한테 나가 떨어졌죠. 다시 방송이 재개되고 채팅창은 꺼졌습니다. 대신 문자로 시청자들의 소원이란 걸 받았는데 다 저질스럽기 짝이 없었죠. 당연히 전부 거절했습니다. 꼴에 방송 진행은 해야 했는지 치엔이한테 애교 좀 부려달라고 강요했습니다.

 

-나 애교 없는데?

-그럼 샘플이라도 보여줄 테니까........ 이게 요즘 유행하는 오빠야라는 건데........

-나 애교 없다고! 없단 말이야!

 

치엔이는 카메라에 물병을 집어 던지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언니들은 BJ 다루를 째려봤죠. 안여돼는 기가 죽었는지 혼자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뒤에서 수다를 떨다가 가끔 던지는 질문에 대답만 했어요. 그러다 섹시댄스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나윤 언니는 BJ 다루를 밀치더니 마이크에 입을 댔습니다.

 

-저기요, 죄송한데 저희 이세 아직 미성년자거든요? 자꾸 이따위 요구 하고 그러면 싹 다 고소해 버린다, 진짜. 우리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 대답해 줄 거 아냐. 누가 인터넷 방송 아니랄까봐 존나 더럽네.

 

먹방이랍시고 사온 건 분식집 떡볶이랑 만두였습니다. 다경 언니는 정색하며 말했죠. 자기는 죠스 떡볶이 밖에 안 먹는다고요. 동네 맛집이라고 만두를 들이대는데 나윤 언니가 단칼에 잘랐습니다. 우리 애들은 이런 거 안 먹는다고요. 다경 언니는 지난 주 출연한 남자 아이돌한테는 중국집을 시켜줬는데 우리는 이게 뭐냐며 화를 냈습니다. 매 방송마다 메뉴가 바뀐다는 변명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네, 맞아요. 단무지를 바닥에 내던질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끼리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우리끼리만.

 

‘비타소녀, 노이즈 마케팅? BJ 다루 방송 당시 태도 논란....... 이건 너무 심하잖아’

 

물타기 기사를 내보냈다 욕만 먹었습니다. 피곤하다느니, 인터넷 방송이라 그랬다느니 다 변명이래요. 우리가 개인 인터넷 방송이라고 시청자들을 무시했답니다. 팬이 없으니 쉴드도 없죠. 치엔이가 애교를 거절하는 영상이나 나윤 언니가 훈계랍시고 말한 영상은 이불킥 감이라며 유튜브에 올라왔습니다. 대표님은 숙소에 직접 찾아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매니저 언니는 해고당했어요.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셨죠.

 

-사과방송 하자.

 

BJ 다루는 삭발을 했습니다. 방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의미랍니다. 지혜 언니는 리더로써 너무 죄송하다며 통곡했습니다. 방송 전에 안약을 챙긴 게 효과가 좋았는지 눈물이 쉬지 않고 나왔어요. 우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인처럼 있었습니다. BJ 다루는 이제 과거는 잊자며 휴식 후 다시 방송을 시작한다고 말했죠. 녀석은 일부러 우리 쪽으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담배 연기를 진하게 내뱉었죠.

 

-다음 주부터 우리 방송에 이세가 전속출연 하기로 했어요~ BJ 세, 시청자들에게 인사해야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대표님은 BJ 다루를 달래기 위해 멤버 중 한 명을 일주일에 한 번 전속출연 시켜주기로 결정했답니다. 하, 재수 없게 이 인간이 제 팬이랍니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얼굴로 오빠야 애교를 시킵니다. 실컷 하고 나니 정색을 하고 말하죠.

 

-러블리즈 케이가 더 귀엽다. 넌 별로네.

 

죽여 버릴 겁니다. 꼭 성공해서 예능에서 말할 겁니다. 뜨기 전에 이상한 방송을 했다고요. 안경 끼고 여드름 난 돼지 새끼랑 같이 방송하느라고 너무 힘들었다고요. 우리 그룹을 띄운 건 절반은 제 희생이란 걸 알아달라고 말입니다.

 

* 우리 스타의 범죄 (루나글로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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