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7화
[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7화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1.23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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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 나오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대표님은 꼭 지혜 언니, 치엔이와 함께 예능에 내보내요. 지혜 언니는 똑똑합니다. 머리가 좋아요. 연습생을 하면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수능으로 붙었으니 당연한 소리겠죠. 그래서 그런지 말을 잘 합니다. 자기는 욕 안 먹고, 남 기분 안 상하게 하면서 웃기게요. 그러면서 한 방 잘 먹입니다. 상대는 기분 나쁘지만 남들은 웃게. 욕먹은 사람이 웃지 않으면 욕을 먹게 말이죠. 치엔이는 4차원인 ‘척’ 합니다. 네, 제가 볼 때는 척이에요. 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짓입니다. 한국에 와서 연습생 생활만 4년을 했다는데 아직도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다네요. 그러니까 4명의 MC가 있는 이 토크쇼에서 그 애는 일부러 말을 못 알아듣고 또 물어보고 귀여운 척 눈웃음을 지어요. 그리고 엉뚱한 답을 하죠. 쌍수부터 오늘 아침에 넣은 엉덩이 뽕까지 거짓덩어리입니다. 어제는 진실게임을 하는데 자기는 아직 처녀라네요. 남자랑 키스 한 번 해본 적 없다고요. 기본적으로 성욕이 없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네, 이러니 어쩌겠어요. 전 존재감 제로 입니다. 박수셔틀, 미소셔틀, 리액션 셔틀이죠. 얼마 전에는 운동선수 출신 MC가 진행하는 예능에 나갔어요. 그 MC는 방송시작 1시간 전부터 게스트 석에 앉은 아이돌 20명을 다 일으켜 세워놨어요. 계속 돌아다니며 손뼉을 치며 말했죠.

 

-이세 씨, 졸지 마세요. 이세 씨, 정신 차리세요.

 

한 명씩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조는 아이돌이 있으면 지목해서 말했어요. 아, 그 끔찍한 박수소리! 왜 1시간 동안 일어나서 대기하고 있어야 되냐고요! 막상 방송에서는 딱 2마디 했어요. 더 말하려고 하면 손바닥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며 막았어요. 심지어 그것도 다 편집되었죠. 오늘 방송은 그때보다 더 최악이 될 거 같습니다. 왜냐고요? 준아 오빠랑 같이 방송을 하거든요. 준아 오빠는 고정 게스트입니다. 듣기로는 이미 짤려야 정상인데 끝까지 버티는 거라고 해요. 국장실에 들어가서 행패를 부린대요. 힘이 무지하게 쎄서 방송가에서 막을 사람이 없다고 해요. 오빠는 왜 이 사람이랑 친한지 모르겠어요! 방송시작 전부터 찾아와 생색을 내더군요.

 

-야, 너 잘 나왔다. 내가 진석이한테 부탁을 받았는데, 오늘 너 제대로 띄워줄게. 내가 스타 만들어줄 수 있지!

 

기대도 안 했습니다. 제 포지션은 정해져 있거든요. 웃으면서 박수치고, 남이 말하면 잘 들어주는 척 표정을 짓고,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치엔이가 하는 말을 옆에서 해석해주고. 하, 이렇게 끝났어야 했는데 준아 오빠가 무리수를 던졌습니다.

 

-야, 이세도 시켜. 왜 이세는 안 시켜?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방송에 게스트는 25명이 출연하는데 이 중 1/4은 한 마디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저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준아 오빠가 갑자기 고함을 지른 거죠.

 

-준아 씨, 좀 닥치세요.

 

또 들은 적이 있습니다. 4명의 MC 중 한 명인 재훈 오빠와 준아 오빠는 앙숙이라고요. 재훈 오빠는 개그맨 출신인데 탑배우들과 친하답니다. 전에 진석 오빠가 골프장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재훈 오빠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해요. 너무 꼬봉 노릇을 잘 해서요. 암튼 그 문제로 둘이 좀 다투었다고 해요. 준아 오빠는 꼬봉 노릇이나 하면서 톱스타들과 친한 척 한다고 불만이고 재훈 오빠는 진짜 친한 톱스타라고는 한 명인데 톱스타들과 친한 척 유세떤다고 불만이죠. 그것도 그 한 명이 한물간 톱스타라고요.

 

-뭘 닥쳐, 인마! 네가 개드립 치는 것만 줄였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한 마디씩 했지!

-아니, 여기 메인 MC는 저예요. 그런데 왜 준아 씨가 이래라 저래라 지랄이에요?

-뭐, 지랄? 너 말 다했냐?

 

다른 3명의 MC들이 말립니다. PD가 손짓을 하자 그들 중 하나가 말하죠.

 

-자, 그러면 이세 씨가 한 번 말해볼까요? YHS라고요?

 

전 저와 엄현식 대표 사이의 인연을 이야기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훈 오빠가 웃었어요. ‘쿡’ 하고요. 그래요, 쿡. 그 웃음소리가 허파를 찔러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그 다음 말이 목까지 찔러 아무 소리도 안 나게 만들었거든요.

 

-이세 씨 바보에요? 그거 립서비스잖아요. 그걸 믿고 가수를 했어요? 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야, 이세야, 미안하다. 내가 그 새끼 한 대 쳤어야 했는데. 아, 그때? 졸았지! 너도 알잖아. 25명이 나와서 토크하면 녹화 너무 긴 거.

 

준아 오빠는 뒤늦게 코디가 말해줘서 알았답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재훈 오빠를 만나면 한 대 때려주겠답니다. 치엔이는 말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합니다.

 

-언니 힘내. 언니 노래 잘 해.

 

숙소에 돌아올 때면 힘이 빠집니다. 다경 언니가 너무 깐깐하거든요. 언니는 정확하게 역할을 분담합니다. 청소, 빨래, 설거지 전부 다요. 스케줄이 늦게 끝나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오늘 설거지 당번이기 때문에 먹지도 않은 음식이 묻은 접시를 다 닦아야 합니다. 나윤 언니는 꼭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 위에서 양치질을 합니다. 집에서는 누나라는데 팀에서는 막내처럼 행동해요. 재활용 정리를 한 후에 꼭 과자를 뜯어먹는 것도 나윤 언니의 특기죠.

 

-이세야, 설거지 다 끝내면 빨래 좀 널어줘. 나 대표님이랑 면담이 있어서.

 

지혜 언니는 대표님이랑 사귑니다. 툭하면 사무실에서 데이트를 즐겨요. 대표님 집이 사무실 옥상이라 걸릴 염려도 없어요. 대표님은 절대 치엔이에게는 일을 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중국 애들은 뒤통수 치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가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건덕지도 주지 말라는 겁니다. 전에 다경 언니가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가 엄청 혼났어요. 그러니 일은 자연스럽게 팀의 넷째인 저에게 몰립니다. 힘듭니다,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좀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우리 스타의 범죄 7화 (루나글로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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