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기생충을 질투하며 성장한 딸의 이야기 <우리 엄마의 기생충>
[신간리뷰] 기생충을 질투하며 성장한 딸의 이야기 <우리 엄마의 기생충>
  • 기사승인 2018.01.22 23:17
  • 최종수정 2018-01-22 23:17
  • 김준모 기자 (rlqpsfkxm@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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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금정장 수상작, 1월 24일 발매

[루나글로벌스타] ‘기생충이 딸의 행복보다 더 중요해?’

엄마는 기생충학자다. 엄마는 오랜 소원이었던 기생충의 체내보관 실험을 한다. 어느 날, 남편은 장모님이 몸속에 기생충을 다 제거하지 않으면 아들을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기생충이 전염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것이다. 나는 기생충 학자들의 조언을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싶지만 폴란드에는 딱히 기생충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없다. 결국 딸은 엄마와 싸우고 엄마는 오랜 소원이었던 기생충 체내보관을 포기하고 만다. 이 순간 딸은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엄마를 독차지했다는 기쁨과 엄마의 꿈이었던 작은 친구들(기생충)을 죽이는데 동조했다는 죄책감을 말이다.

딸은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기생충’과 싸워왔다. 헌데 이 싸움의 원인은 엄마가 기생충에만 빠져 딸을 멀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를 ‘기생충’이라 생각하는 딸의 심리가 그녀를 기생충과 경쟁시킨 것이다. 나는 스스로가 완벽해지기 위해 애쓴다. 착한 딸이 되고 싶고, 모범생이 되고 싶으며, 문학적인 업적을 세우고 싶어 한다. 그녀의 이런 완벽주의는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그리고 그 골목에서 발견한 존재가 기생충이다. 엄마가 연구하는 기생충. 기생충은 숙주를 잡아 영양분을 섭취한다. 체포 또는 체내에 기생하며 살아가야 되는 존재가 기생충이다. 나는 독립하지 못하는 자신을 기생충과 같다고 여긴다. 그녀와 기생충의 경쟁종목은 엄마의 사랑, 그리고 관심이다.

이 책의 세 파트(알 시기, 유충 시기, 성충 시기)에서 시작이 되는 알 시기의 인상적인 부분은 나가 겪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다. 그녀는 또래보다 성숙하고 본질적인 질문에 고민하는 성격이다. 좋게 말하자면 생각이 깊고 나쁘게 말하자면 피곤하게 산다. 성에 눈을 뜨게 된 나는 아빠와의 관계에서 고민하게 된다. 내가 아빠의 바람 상대가 될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녀가 봐도 엄마는 여성적인 매력이 부족했고(마치 그녀 자신처럼) 부부생활의 중심이 자식이 되면서 생긴 아빠의 인식(아빠는 엄마보다 너를 더 사랑해)이 어린 나를 공포로 밀어 넣은 것이다. 그녀는 우연히 꿈을 꾸고 사랑하는 대상이 알고 보니 아빠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빠질 뻔한 그녀지만 깊은 생각 때문인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아빠와 거리를 둔다. 허나 우연히 본 아빠와 엄마가 한 침대를 쓰는 모습에 묘한 감정에 휘말리기도 한다.

유충 시기는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격렬하며 고통에 찬 시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녀는 이 시기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혹은 집을 찾아 떠나는) 시기라고 말한다. 화자는 대만을 떠나 영국을 향했는데 그 이유는 독립이다. 기생충 같은 자신에 대한 경멸은 부모를 떠날 것을 종용했고 부모가 유학을 떠났던 미국이 아닌 영국을 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우울은 여전했다. 그녀는 비슷한 사람들(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예술가 기질이 다분해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을 만났고 자해와 자학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이겨내지 못하는 거처럼 보였다. 이 파트에서 등장하는 인상적인 기생충이 낭만충(주혈흡충)이다. 낭만충은 암수가 서로 껴안고 있다. 암컷이 성장할 때까지 수컷이 계속 양분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나는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역시 그녀처럼 마음의 사랑이 부족해 갈구하는 이들이었다. 폴란드에서 남편을 만난 나는 낭만충을 생각한다. 그녀가 행하는 폭언, 폭력을 견뎌내며 남편은 나를 안아준다. 마치 낭만충처럼 상대가 성숙해질 때까지 참고 인내하며 사랑을 준 것이다.

린웨이윈은 세 파트가 모두 평행을 달린다고 말했다. 시간의 순서지만 그 각각의 시간은 연결되기 보다는 따로 존재해 그녀의 인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소리다. 하지만 감정의 흐름은 확실히 순서가 있다. 소설가 왕충웨이는 추천사에서 ‘우리가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까지 알아야 되나?’라는 질문을 통해 이 작품이 지닌 심리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린웨이윈은 심각한 우울증과 인격장애를 앓았지만 글에 있어서는 서두 없이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성충시기에 이르러 그녀는 ‘왜 나의 감정은 이처럼 심한 아픔을 겪었는가’에 대해 되짚어 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힌트는 앞서 깔아놨던 이야기들이다.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내려온 조부모 세대가 만든 죽음에 대한 무감각, 딸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교수 부모의 무관심한 태도(그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무언가를 해내도 그리 기뻐해주지 않았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대만의 성과주의, 즉, 눈에 보이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는 암묵적으로 깔린 생각,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준 압박, 그건 완벽함이었다.

부모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딸에게 답을 주지 못했다. 그들에게 죽음은 흔한 것이었고 생각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었다. 이에 나는 오랜 우울에 빠져야만 했다. 부모는 교수라는 점 때문에 학력에 대한 부담, 성과에 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학교는 그런 분위기였고 그녀는 부모님의 학력 때문에 교사들에게 압박을 받고 있었다. 부모의 무관심한 태도는 오히려 딸에게 ‘대체 어떤 길을 가야 부모님이 좋아해주는 걸까?’라는 복잡한 질문을 낳게 했다. 또 물질만능주의는 유능한 작가인 린웨이윈에게 존재에 대한 아픔을 주었다. 그녀는 돈도 명예도 마땅히 만족할 성과를 올린 이가 아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성과란 자기만족이다. 헌데 대만의 물질만능주의는 그녀를 자본의 늪에 빠뜨렸고 금전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그녀 스스로를 ‘기생충’이라 여기게 만들었다.

기생충이 되어 기생충과 경쟁한 그녀의 마음은 항상 두 가지 감정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기생충을 이기고 엄마의 사랑을 차지했다는 행복, 연구라는 엄마의 꿈을 망가뜨리고 기생충처럼 엄마를 빨아먹는 존재에 대한 죄책감. 이런 감정이 자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 삶의 변화를 가져온 건 ‘아이’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그녀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완벽한’ 이라는 생각의 오류에 이르고 이내 스스로가 가진 짐을 내려놓게 만든다. 마지막 파트 ‘책벌레’는 이런 변화의 이유를 보여준다. 폴란드 기숙사 첫날, 그녀는 제니퍼 팔리의 시가 담긴 쪽지를 발견한다. 그 시의 내용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무의 외침, 손가락의 감촉을 읽을 줄 알았던 이가 입학한 후 글씨 밖에 읽을 줄 모르게 된 이야기다. 한 친구는 그녀에게 말한다. ‘네 이야기를 하라’고. 너랑 말할 때면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많이 인용하고 가져와서 여러 사람이랑 말하는 듯해 피곤하다고 말이다.

나는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독립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삶에 대한 확신은 혼자 남았을 때 생긴다고 믿는다. ‘독립’이란 완벽한 ‘자립’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간(人間)이란 단어 자체가 사람(人)과 사람 사이(間)를 의미한다. 그녀는 아이를 통해 결심하게 된다. 도움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이 도움을 통해 극복을 해나갈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도 힘이 닿는 데까지 남을 도울 것이라고 말이다. 양자오의 시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자루를 검으로 삼아 천 번을 져도 지칠 줄 모르는 검객이고 싶다’ 인생의 가치는 인간이 논할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멋지게 맞서 싸워도, 기생충처럼 구차하게 살아가도 다 같은 인생이다. 그녀의 삶의 고백이 어쩌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나긴 자기변명과 지나친 감상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개인의 솔직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이라도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참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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