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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리뷰] 암흑의 시간, 한 남자의 고집이 역사를 이끌다 <다키스트 아워>2차 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 1월 17일 개봉예정

[루나글로벌스타]

1940년, 나치 독일은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를 침공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여당이었던 보수당은 독일 유화정책을 펴고 있었고 이에 따라 책임을 져야만 했다. 허나 전쟁이 다가오고 있는 이 바쁜 시기, 책임론으로 물고 뜯고 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야당은 총리 체임벌린의 사임을 요구한다. 여당은 내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세우고자 하나 마땅히 나서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지금’ 총리를 하는 사람의 어깨에는 엄청난 짐이 올라서기 때문이다. 바로 ‘대영제국의 운명’이다. 총리의 선택 하나하나로 나라의 명운이 바뀔 수 있는 시기, 야당이 허락한 총리는 다름 아닌 윈스턴 처칠이다.

한국 국회보다 시끄러운 영국 국회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듯 처칠은 한 성격하는 남자다. 비대한 몸에 축 쳐진 턱살, 웅얼거리는 말투에 유머러스하지만 동시에 다혈질에 불 같이 화를 낸다. 처음 온 전산 서기관에게 바로 일을 시키더니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화를 내다가도 이내 유머러스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처칠이 총리가 되자 여당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피어난다. 처칠은 성격도 성격이지만 실패의 역사로 가득하다. 특히 갈리폴리 전투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의 정체를 간파하고 영국도 군력을 증강해야 된다고 말했던 강경파였다. 그는 군부를 구성하고 전쟁을 준비하나 처음부터 쉽지 않다. 덩케르크에 갇힌 영국 군인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는 것.

처칠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첫 번째는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우는 선택, 두 번째는 무솔리니의 중재로 나치 독일과 협상을 맺는 선택이다. 대영제국의 군부들은 독일군의 기세에 겁을 먹고 협상을 주장한다. 하지만 처칠은 불독 같은 인상에 어울리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강경하게 밀어붙이며 4천 명의 주군군대를 보내 덩케르크가 포위당하는 걸 막는다. 그와 동시에 덩케르크에 갇힌 군인들을 영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일반 소유의 배까지 모두 동원할 것을 명령한다. 이런 처칠의 고집은 내부에서 반기를 들게 만든다. 전 총리 체임벌린은 처칠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체임벌린을 신뢰했던 국왕 조지 6세는 처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의 강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은 주변만이 아니라 본인도 피곤하게 만든다. 처칠도 사람이다. 그는 어깨에 올라선 무거운 짐들에 어려움을 느낀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 걸까’ 그는 갈리폴리 전투 이야기가 나오자 분노한다. 그의 선택은 수많은 군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이 더 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을지 모른다. 명배우 게리 올드만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눈빛 하나, 주름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듯 처칠이 지닌 복잡한 심리를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로 나타낸다. 처칠은 참으로 복잡한 인물이다. 어떨 때는 너무나 표독스러워 염증이 생기다가도 또 어떨 때는 참으로 스마트하고 유한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너무 강경한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도 국민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또 수긍이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세 장면 있었다. 첫 번째는 비서 레이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그는 전쟁 때문에 히스테릭한 모습을 잠시 접어두고 마치 슬퍼하는 딸을 조금이라도 힘내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난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동감’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머리가 아닌 뛰는 가슴으로 아픔과 기쁨을 동시에 품어줄 수 있는 마음가짐 말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불꽃 튀는 연설 못지않게 ‘따뜻한 남자’ 처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처칠이 지하철을 타는 장면이다. 이 장면 같은 경우에는 감각적인 연출이 빛났다. 처칠이 총리가 되던 초반, 창밖은 평소처럼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독일의 침공이 가까워지면서 거리의 모습은 변한다. 마치 전쟁의 암울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처럼 거리의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이때 처칠은 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탄다.

바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당당한 전쟁을 원할까? 아니면 비굴한 평화를 원할까? 처칠은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성냥갑에 적을 만큼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장면은 대망의 연설장면이다. 이 장면은 사실 조금 아쉽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최민식 같은 배우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독립선언문을 강직한 목소리로 읽는다면 우리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감독을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역사이기에 그들만이 가진 ‘힘’이 있다.

가장 암울했던 시기, 실패의 연속이었던 정치인이 총리에 올랐다. 어쩌면 이 시기는 영국에게 정말 긴 어둠을 줄 수 있었던 ‘Darkest Hour’의 카운트다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칠의 리더십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오직’ 결과로 이야기한다. 처칠이라는 총리가 있었기에 영국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의 연설에 많은 영국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덩케르크>에 이어 다시 한 번 강력한 ‘영뽕’에 빠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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